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6월2일, 후보들은 마지막 한 표를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지지자들 역시 작은 변수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까지 예민하기 이를 데 없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왼쪽), 가수 이승환(중앙), 배우 정가은. ⓒ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까지 뺏길 위기에 있는 국민의힘 유세 현장에 등장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한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표심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정치인 못지않게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이다.
투표 인증샷 한 장, SNS 게시물 하나, 심지어 의상 색깔이나 사진 속 배경만으로도 특정 정당 지지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인데 인터넷에서는 순식간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래퍼 이영지
래퍼 이영지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상의를 착용한 모습을 SNS에 올렸다가 사과문을 올린 뒤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한 모습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래퍼 이영지다.
이영지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기간 중 본인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 투표 인증샷도 아니고, 염색이 예쁘게 되서 올린 게시물이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국민의힘 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필이면 머리 염색 색깔이 빨산색이었고, 옷 또한 같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누리꾼들의 해명 요구가 커지자 이영지는 눈물을 머금고 직접 나섰다. 그는 빨간색 머리를 다시 흑발로 재염색한 뒤 "예민한 시기에 경솔한 행동으로 물의를 끼친점 사죄드린다"며 사과문까지 올려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설명했다.
다만 보수 성향 발언으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았던 가수 JK김동욱이 "머리색 가지고 난리들이냐"며 이영지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오해가 퍼지기도 했다.
배우 정가은
투표 인증샷 후 뒤에 배치된 빨간색 기둥 때문에 특정 정당 지지 의혹을 받은 배우 정가은이 이후 해명과 함께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배우 정가은은 지난 대선인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 인증샷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정가은은 "소중한 한표"라는 글과 본인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정가은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지 않도록 회색 옷에 숫자가 적혀 있지 않은 옷을 입어 논란을 피해 가려고 했지만 복병이 숨어 있었다.
바로 사진 속 배경 정가은의 시선이 닿지 않는 뒤 빨간색 기둥이 있었고, 정가은은 손가락은 숫자 2로 보일 수 있는 브이(V)를 그리고 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빨간색과 숫자 2를 합쳐 정가은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낸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했다.
정가은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정가은은 같은 날 저녁 SNS에 이번에는 파란 바다가 보이는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마찬가지로 브이(V) 포즈를 취한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올렸다.
정가은은 해당 게시물을 통해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본인은 특정 정당과 아무련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가수 미료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를 다발로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X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인 미료의 투표 인증 헤프닝은 특정 정당 지지와는 또 다르다.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미료는 기표소 안에서 4장의 투표용지를 들고 사진을 촬영 뒤 이를 찍어서 SNS에 올린 것이다.
이는 어쩌면 특정 정당 지지 헤프닝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바로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금지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행히 미료가 찍은 것은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찍은 것은 아니었고, 미료의 소속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확인 결과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만큼 소속사는 "미료가 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킨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가수 이승환
가수 이승환이 '투표 인증 용지'를 들고 찍은 사진으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한 사실을 알렸다. ⓒ인스타그램
번외로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가수 이승환은 이번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대놓고 빨간색 상의를 입은 채 인증샷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영지 사례와 달리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승환은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로 꼽히며, 과거부터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정치적 입장을 숨기지 않는 연예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증샷 때도 이승환은 "일 년에 몇 번 쳐다볼 서울의 새 명물보다 일 년 열두 달 안전할 서울을 바란다"며 최근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GTX 철근 누락 등으로 '안전불감증' 논란이 불거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대놓고 직격했다.
심지어는 과거 tvN에서 방영했던 예능 '인생술집'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여성과 연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번에 "내가 마음이 있는데 XXXX당 좋아하면 어떻게 사귀냐"라며 직설적인 답을 내놓은 적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구미시가 공연장 대관 과정에서 '정치적 언행 및 정치적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요구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