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부울경 메가시티(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의 존폐와 이에 따른 '35조 원 예산 증발' 책임론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메가시티 문제가 선거 막판 최대 쟁점이 될 조짐이 보인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부울경 메가시티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직 경남지사였던 김 후보와 박 후보의 도정 평가와 미래 비전 대결이 '메가시티'라는 주제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24일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선거 캠프에 따르면 김 후보는 '경남대전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과거 재임 시절 직접 설계하고 출범 직전까지 이끌었던 '부울경 메가시티'의 즉각적인 복원을 통한 30분 생활권 구현을 제1호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김 후보가 부활시키겠다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행정적 공식 명칭은 '특별지방자치단체'다. 경남, 부산, 울산이 각자 따로 일하지 말고 세 지역을 묶어 광역교통망이나 큰 사업을 담당하는 '합동 청사(조직)'를 하나 새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특히 김 후보 측은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광역교통망 확충과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약 35조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약속받았던 초대형 사업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도지사에 취임하자마자 메가시티를 독단적으로 파기하면서 경남 도민의 일자리 창출과 35조 원의 국가지원 기회가 통째로 날아갔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는 첫 TV방송 토론회에서 박 후보를 향해 "지방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다 만들어 놓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박 후보가 지사 시절 폐기해 버렸다"며 "정부가 (35조 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협약(MOU)까지 맺었는데 경남이 부울경과 함께 혁신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처럼 김 후보가 메가시티 카드를 강력하게 다시 꺼내 든 것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자 국정과제인 '5극 3특(5대 메가시티+3대 특별자치도)'과 궤를 같이한다.
김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첫 지방시대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 관점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예산과 공공기관 2차 이전, 대기업 투자를 담아낼 가장 확실하고 빠른 '그릇'이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지역의 발전을 원하는 도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남대도약'을 슬로건으로 수성에 나선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는 김 후보의 주장을 '도민을 기만하는 선택적 통계 왜곡이자 허위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박 후보는 TV토론에서 김 후보를 향해 "(35조 원이라는 건) 확정된 금액도 아니고, 희망 목록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말하는 35조 원은 국회 의결을 거쳤거나 기획재정부에서 배정한 '확정 예산'이 아니라 메가시티 추진 당시 아이디어 차원에서 모아두었던 계획 단계의 '총사업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후보는 광역통합 전략으로도 김 후보의 '부울경 메가시티'보다 '행정통합'이 더 실속있다는 주장을 편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알맹이 없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하나 더 만들어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행정통합'은 경남과 부산을 아예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묶어 수도권(서울·경기)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거대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메가시티 복원이 경남을 살릴 긴급 처방이라는 김경수 후보의 '경제 실정론'과, 실체 없는 예산으로 도민을 현혹하지 말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박완수 후보의 '정쟁 구태론' 중 경남도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경남지사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경남지사 선거 판세는 초반과 달리 보수결집이 이뤄지면서 김 후보와 박 후보가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들 결과를 통합해 통계화하는 MBC 여론조사 M을 보면 지난 4월21일 기준으로 김 후보 44.6%, 박 후보 36.6%였지만 5월19일 기준으로는 김 후보 44.1%, 박 후보 43.4%로 지지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박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김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김해·양산을 비롯해 창원 권역과 남부 해안가 지역에서, 박 후보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진주, 사천, 거창, 함양 등 서부 경남 일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대별로는 30대, 40대, 50대에서는 김 후보가, 60대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박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지역별(동서)·세대별 지지층이 극명하게 결집한 가운데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지사 선거를 흔들 변수는 막판 후보 단일화와 부동층의 향배가 꼽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2~5% 안팎의 지지를 얻고 있는 전희영 진보당 경남지사 후보가 완주하지 않고 김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김 후보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전희영 진보당 경남지사 후보. ⓒ연합뉴스
전 후보는 지난 14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남지사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는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진보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김 후보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내란 청산에 진심이라면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민심을 받들기 위한 선거연대는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도 같은 날 후보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어놓고 함께 협의해 풀어나가겠다"며 "민주당 경남도당을 중심으로 광장 연대와 같은 시민사회 그리고 보이지 않게 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마다 10% 안팎으로 조사되는 부동층 표심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도 경남지사 선거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박 후보의 '경제실정론'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를 향해 과거 '드루킹 사건' 책임론을 다시 꺼내드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지난 21일 출정식에서 "경남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며 "민생경제가 어떻게 흔들리고 도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현장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 대변인단은 22일 논평을 내어 김 후보가 연루됐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거론하며 “선거 여론은 드루킹 사건처럼 조작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도정의 성적표까지 조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