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잊으려 한다. 시원한 계곡을 찾거나 에어컨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여름이면 빠지지 않는 단골 피서법이 하나 있다. 바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영화다.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호러 영화를 허프포스트가 엄선했다. AI 이미지.
공포영화는 단순히 놀라게 만드는 장르가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도 있고, 새로운 공포의 문법을 만들어낸 영화도 있으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르의 기준으로 회자되는 고전 명작도 존재한다. 허프포스트가 공포영화를 한층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올여름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호러 무비
영화 '컨저링2'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컨저링2(제임스 완·2016)
'컨저링2'는 1977년 영국 엔필드에서 실제 발생한 '엔필드 폴터가이스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폴터가이스트는 물건이 저절로 움직이거나 가구가 파손되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 현상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심령 연구가 워렌 부부가 오랜 기간 가족을 도우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단 하루만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핵심 악령인 일명 '수녀 귀신'인 '발락'과 워렌 부부가 남편의 죽음을 예견하는 장면 등도 영화적 긴장감을 위해 추가된 설정이다.
그렇다고 사건 자체가 완전히 허구였던 것은 아니다. 당시 11살이던 자넷 호지슨은 공중에 떠오르거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정체불명의 음성으로 말했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공격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포스터. ⓒ브라이언스톤 디스트리뷰팅 컴퍼니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토브 후퍼·1974)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이자 시신 훼손 범죄자인 에드 게인의 사례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부모의 학대 속에서 성장한 그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의 피부를 벗겨 생활용품을 만들고, 인체 부위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영화 속 살인마 '레더페이스'가 인간의 피부를 뒤집어쓰고 등장하는 설정과 사람의 뼈와 가죽으로 장식된 기괴한 집은 이러한 범죄에서 착안했다. 어머니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레더페이스의 모습 역시 생전 어머니에게 병적인 집착을 보였던 에드 게인의 삶을 반영했다.
영화 '몬스터' 포스터. ⓒ무비즈엔터테인먼트
몬스터(패티 젠킨스·2003)
'몬스터'는 1989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에서 남성 7명을 살해한 여성 연쇄살인범 아일린 워노스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외모부터 말투, 행동까지 실제 인물을 재현하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이 작품으로 제76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해당 작품에서 연기를 위해 샤를리지 테론은 20kg가까이 증량을 하기도 했다.
특히 '몬스터'는 사건 자체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이 극단적인 악인이 되는 비극의 과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범죄 실화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범죄자를 피해자처럼 보이게 만든다'며 여성 연쇄살인범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반론도 따랐다.
최근 공포 영화계 트렌드를 이끈 호러 무비
영화 '서브스턴스' 포스터. ⓒNEW
서브스턴스(코랄리 파르자·2024)
'서브스턴스'는 한동안 마니아 장르로 여겨졌던 '바디 호러'를 다시 주류 시장으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신체가 뒤틀리고 변형되는 강렬한 비주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여성의 몸과 젊음에 대한 사회적 강박을 날카롭게 비판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청소년관람불가 예술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바디 호러를 보다 친숙한 장르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연 배우 데미 무어는 이 작품으로 데뷔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영화 '백룸'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케인 파슨스·2026)
'백룸'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미학을 영화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텅 빈 공간이 주는 불안감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심리 공포를 제시했다.
유튜브에서 짧은 영상으로 소비되던 개념을 장편 영화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고, 약 1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미국 독립영화 전문 영화사 A24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흥행과 함께 같은 계열의 작품인 '더 풀스' 등 해당 영화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잇따라 제작이 확정되면서 새로운 공포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영화 '8번 출구' 포스터.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8번 출구(카와무라 겐키·2025)
영화 '8번 출구'는 게임 원작의 영화의 경우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얻기 어렵다는 공식을 깨뜨린 작품이다. 반복과 루프라는 동명의 원작 게임의 핵심 플레이 방식을 영화적 장치로 자연스럽게 녹여낸 뒤, 거기에 영화의 오리지널 서사를 녹여내며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관객이나 게임을 즐겨본 관객, 양쪽 모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상업성과 함께 작품성도 인정받아 게임 실사화 작품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역시 예술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호러 영화의 고전
영화 '엑소시스트'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리드킨·1973)
'엑소시스트'는 악령 들림과 퇴마라는 소재를 통해 공포를 단순한 괴물의 위협이 아닌 종교와 신앙의 문제로 확장한 작품이다. 선과 악, 믿음과 회의, 구원과 타락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호러 장르 안에 녹여내며 오컬트 호러를 장르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는 장재현 감독의 '검은사제들' 등에서 해당 영화의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으며, 이후 수많은 엑소시즘 영화들이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공포영화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 '사이코' 포스터. ⓒ파라마운트 픽처스
사이코(알프레드 히치콕·1960)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는 초자연적 존재보다 평범한 인간이 더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 문법으로 정립한 작품이다. 이후 공포영화는 괴물보다 인간의 내면, 살인 충동, 분열된 자아를 더욱 깊이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홍진 감독의 국내 영화 '추격자'를 비롯한 오늘날 수많은 사이코패스 스릴러와 범죄 호러 영화의 원형으로 평가받으며, 살인마를 중심에 둔 공포영화의 전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샤이닝'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샤이닝(스탠리 큐브릭·1980)
영화 '샤이닝'은 외딴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한 인간이 서서히 광기에 잠식되는 과정을 그려낸 심리 호러의 대표작이다.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긴 복도 추적 장면 등 혁신적인 연출은 공간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며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을 체험하게 한다.
무엇보다 귀신이나 악마보다 인간의 광기와 고립이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리적 불안과 시각적 연출을 결합해 현대 호러 영화의 미학을 완성한 고전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