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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을 가면 어딜가나 QR코드(Quick Response, 스마트폰 카메라로 정사각형 바코드를 인식해 결제하는 방식) 천지다. 중국에서는 모든 결제가 QR코드 하나로 해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들도 QR코드를 스캔해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익숙해 보인다. 여행 블로거들이 쓴 글을 보면 "중국인들이 지갑을 따로 안들고 다니더라"와 같은 여행 후기가 이어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망설이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결제를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낯설지 않다.

[허프 생각] 디지털 문명에 서툰 게 과연 나이 탓일까 : 사람을 기술에 맞춘 한국, 기술을 사람에 맞춘 중국
디지털 기기는 고령층의 결제와 구매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다. AI 이미지.

정부와 업계가 공동 구축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장벽 없는 무인정보 단말기) 위치 안내 웹사이트 '무인정보단말기 UI 플랫폼'에 따르면 7월16일 기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등록 건수는 전국 4788대 수준에 그쳤다. 통상 200~400만 원대인 일반 키오스크보다 가격이 두배 이상 비싼 점이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 디지털 취약자에 맞춰 위아래 위치가 조정되거나 큰 글자로 안내한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디지털 강국으로 평가받지만 정작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술적 배려는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전히 나이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고령층도 일상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물건을 구매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데 어려움을 크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부터 한중 양국 정부는 급속히 확산하는 무인 결제와 디지털 서비스에 고령층이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내놨다. 중국이 기술·서비스 자체를 고령층도 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바꾸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한국은 노인 개개인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에 더 무게를 두는 방식이었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2020년 11월 범부처 종합대책인 '노인의 스마트기술 이용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시 방안'을 발표했다. 판공청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의 기능을 일부 결합한 중앙 조정기관에 가깝다. 

판공청은 고령층이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7개 분야(건강·교통·의료·금융·문화·행정·기술)를 선정해 20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온라인 쇼핑과 결제 절차, 각종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를 고령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노인 친화형 스마트기기 공급을 확대했다. 문화·체육시설도 고령층의 이용 편의를 고려해 개편하도록 했다.

추진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0년 말까지 고령층의 일상과 직결된 건강·금융 분야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2021년 말까지 이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의 편의성을 개선한 뒤, 2022년 말까지 디지털 격차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판공청은 2024년 3월에도 고령층을 비롯한 일부 이용자가 모바일 결제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짚으며,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노인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지침을 내놨다. 디지털 결제 절차를 단순화하고 안내 문구와 음성 안내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디지털 화면의 글자와 그림 크기를 키우고 상담원과 한번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하도록 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같은 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2660개의 노인 친화적 개편을 지도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에 '장년 모드'와 노인 전용 영역이 마련되고 음성 상품 검색 기능도 확대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상담원과 한번에 연결되는 서비스의 누적 이용 횟수가 4억4천만 회를 넘어섰다고도 밝혔다.

올해 5월에도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디지털 적로 중국행' 캠페인을 시작하고, 음성만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기능과 노인 전용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노인 친화 서비스의 도입·확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허프 생각] 디지털 문명에 서툰 게 과연 나이 탓일까 : 사람을 기술에 맞춘 한국, 기술을 사람에 맞춘 중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로당 등을 직접 찾아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인공지능(AI)·디지털 배움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전국 1000여 곳에 '디지털배움터'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초 사용법부터 모바일 금융·행정 서비스 이용 방법 등을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올해 기준 누적 교육 인원은 433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71에 그쳤다. 디지털 격차가 여전히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령층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만으로는 격차를 좀처럼 좁히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1월28일부터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전면 시행됐다. 그동안 고령층 개인의 적응과 교육에 무게를 두던 정책이 기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올해 1월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되면서 무인정보단말기 제조·임대 사업자에게 고령층과 장애인 등의 이용 편의를 보장할 의무도 부과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4월 '디지털 동행파트너' 사업을 신설해 4대 버스터미널에 매달 160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치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기계 자체의 장벽을 낮추기보다 현장에 사람을 투입해 불편을 그때그때 해소하는 방식의 행정도 계속되고 있다.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보조 인력 배치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여기에 AI 혁명까지 더해지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누군가에게 별도 교육 없이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결제와 구매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높은 장벽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이러한 격차를 디지털 변화에 뒤처진 노인 개개인의 학습 문제로 다뤄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개별 이용자에게 적응을 요구하고 교육하는 데서 나아가, 누구나 별도의 교육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 '착한' 디지털 전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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