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17년 동안 이어온 의정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연합뉴스
그는 친이(친이명박)계, 친윤(친윤석열)계를 넘나들며 원내대표를 두 번 지냈고 '강릉의 거물'이자 정권의 실세로 국회를 호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종교단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비리 정치인으로서 무대에서 퇴장하게 된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한다.
권 전 의원은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해결 등을 기대하는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모두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권 전 의원 측은 재판에서 "윤 전 본부장과 식사는 했으나 돈은 결코 받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문자 메시지가 스모킹 건이 됐다. 문자 메시지에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전 의원에게 '오늘 드린 것은 작지만 대통령 후보를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의원 측은 특검이 제시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 등의 별건 청탁금지법 위반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수집된 이 사건의 주요증거들은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고 영장 혐의사건과 이 사건 공소사실도 관련성이 있어 이 사건 주요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며 권 전 의원 측의 주장을 기각했고 대법원도 1·2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압수수색 영장과의 관련성과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반대신문권 보장 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뒤 권 전 의원은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지만 사법부 최종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치 보복은 저 하나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권 전 의원은 2008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09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강원도 강릉에서만 4선 고지에 오르며 보수 진영의 중진 의원으로 자리잡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역사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에는 바른정당으로 옮겼다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해 비주류로 몰리는 듯했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여권으로 영입하는 데 핵심적 고리 역할을 하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중심인물이자 실세로 부상했다.
이번 판결로 권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받게 됐다. 1960년생인 권 전 의원이 피선거권을 회복하는 시점에는 70대 중반이 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치생명이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