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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의 대대적 쇄신을 둘러싼 정부와 농협 간의 갈등이 '반쪽짜리 타협'에 그치며 짙은 불씨를 남겼다. 

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던 '중앙회장 직선제'를 농협이 전격 수용하며 벼랑 끝 대치 국면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할 필수 통제 장치인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며 경영 자율성 방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직선제' 받고 '외부 감사위' 거절, ‘쇄신’ 둘러싼 정부와 갈등 '반쪽 타협'으로 여전한 불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월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직선제 선거제도 개편을 수용하면서 굵직한 과제 하나가 해소되긴 했지만 독립적인 감시기구 마련을 통한 온전한 개혁을 원하는 정부 및 일부 농민단체와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벼랑 끝 대치 속 '조합원 직선제' 전격 수용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1일 '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187만 명의 전체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개편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기존 1100여 명의 조합장만 투표권을 행사하던 간선제 방식이 농민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동안 농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 조합장들은 정부의 개정안을 두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관치'라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불과 한 달 전인 4월21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2만여 명이 모여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 정도로 양측의 대립은 극심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협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강 회장과 농협중앙회가 직선제 개혁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직선제 전환에 따른 지역 갈등, 선거의 정치화, 과도한 비용 부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선거 공영제 도입 등 제도적 방패막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 외부 감사위 신설은 거부한 강 회장, 농협 ‘개혁론자’ 진영과 갈등의 불씨 남았다

선거 방식의 대수술에는 동의했으나, 강 회장은 외부 감독 권한 강화 부문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외부 독립 감사기구가 신설될 경우 중복 규제와 인력 및 운영비 증가로 인해 조직 경영의 자율성과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 회장은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 대신 내부 감사 기능을 자체적으로 철저히 보완하고, 농협개혁위원회가 권고한 13개 혁신 과제(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 등)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농협의 자체 정화 의지를 두고 비판적 시선도 나온다. 이번 농협 개혁 논의 자체가 1월부터 진행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강 회장을 비롯한 고위층의 광범위한 비위 혐의가 적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선거 조력을 위한 4억9천만 원 규모의 재단 사업비를 유용하고, 2025년 2월 취임 1주년 명목으로 58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전임 회장 기준 3억2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퇴임공로금과 12억 원 규모의 호화 사택 제공, 객관적 기준 없는 75억 원 규모의 포상금 남발 등의 의혹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비리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중앙회장'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기존 농협의 감사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전·현직 조합장으로 채워지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학계 일각에서는 중앙회가 수행해 온 사업 조직의 '인적 분할'이나, 신협·새마을금고 등을 아우르는 '중립지대 협동조합 감사원' 설립 등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해 열린 '농협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중앙회장이 사고를 치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국회가 농협법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며 법이 15번이나 바뀌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며 "조합장 연임 제한이나 중앙회장 선거 방식 논의는 본질적 개혁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하반기 입법 속도 낼까, 정부·농민단체와 마찰 지속 우려도

농협중앙회가 직선제안을 수용하면서 그동안 지연되던 농협법 개정안 처리는 하반기 국회를 기점으로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6·3 지방선거 전에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그동안 개정안 처리가 지연돼 왔다.

다만 정부가 ‘외부 감사위원회’를 거부한 농협중앙회의 결정을 수용할지와 관련해서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해당 안건을 둘러싸고 농협중앙회와 정부 사이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농협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외부 감사위 설치는 타협할 수 없는 필수 과제라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농민단체의 반발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4월에 열린 개혁안 반대 집회를 '중앙회의 강제 동원령'이라 비판하며 농협중앙회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들은 직선제로 선출되어 더욱 거대해질 회장의 권력을 견제하려면 감사위원장 역시 대통령 임명이나 내부 선출이 아닌 농민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며 강경한 쇄신안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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