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을 둘러싸고 불매운동을 넘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관계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규탄하며 스타벅스 불매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 열사의 누나는 "민주주의의 피맺힌 역사를 조롱한 것에 대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정 회장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 열사 누나 문미영씨는 21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과 나눈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제 동생도 마지막까지, 최후까지 항쟁하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총탄에 사망했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유수의 대기업이 국가적 비극인 5·18을 희화화하고,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피맺힌 역사를 조롱하고, 광주 시민과 국민을 조롱한 것에 대해서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는 것을 넘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누가, 이 시기에 이런 저급한 발상을 했는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문씨는 "정 회장은 과거에도 적절치 못한 말로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리지 않았느냐"며 "이번 사태가 실무 직원의 단순한 일탈이라고 보지 않는다. 조직 내부의 의사 결정과 정책 집행에 최고경영자인 정 회장의 저급한 역사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본다"고 꼬집어 말했다.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문제 삼으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종철기념사업회,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등 회원들은 21일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희생자들을 조롱했다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도 이날 공동 결의문을 통해 "정용진씨의 그간 행적과 언행에 비추어볼 때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수나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정용진씨의 경영 일선 후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국민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이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재발 방지 대책과 조직 쇄신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극우 진영에서는 정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 강사 출신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정 회장을 "보수 우파의 상징적 기업가"라고 치켜세웠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 ⓒ연합뉴스
전씨는 2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과 관련해 "지나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회장에 대해 "멸공을 강조해서 보수 우파의 상징적 기업가로 국민들께 알려지지 않았나"라며 "애국 보수 우파, 자유 우파의 상징적 배우가 최준용 배우(인 것)처럼, 정 회장은 멸공을 강조하는 우파의 대표적 경영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씨가 언급한 최준용은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복귀 운동)'을 주장하는 배우다. 최준용은 19일 "커피는 스벅이지"라는 글과 함께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는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로 '멸공커피', '멸공형아' 등을 달았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가 ‘탱크 텀블러’ 세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해당 표현들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군사독재 정권이 진상을 은폐하며 내놓았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해명을 떠올리게 하고, '탱크'라는 상징 역시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계엄군 투입과 국가폭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