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구시장 탄생 여부에 전국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대구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21일 대구 범어네거리와 반월당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초반 거세게 불었던 '김부겸 신드롬'과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무서운 추격세로 예측 불허의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전임 시장으로서 대구 100년 미래를 위해 민주당이 아니라 김부겸 후보 개인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대구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김부겸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대구는 아직 그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의 말처럼 선거 초반 한때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로 국민의힘 후보군들을 앞서가던 흐름이 최근 들어 급변했다.
리얼미터가 20일 발표한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46.5%의 지지를 얻어 김 후보(41.7%)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캐이스탯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 41%, 추 후보 38%로 팽팽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대구·경북은 많이 어렵다"며 "처음에 (당내에서) 낙관론이 많아 무의식적으로는 좀 안심하지 않았을까"라고 우려했다.
대구시장 선거 판세 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보수 결집'이 꼽힌다.
국민의힘 후보가 추경호 의원으로 확정된 이후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며 내부 전열이 빠르게 정비됐다. 특히 대구시장 공천을 두고 장동혁 지도부와 강하게 충돌했던 주 의원이 추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최근 발의했다가 처리를 유보한 '공소취소 특검법'이 전통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하며 강한 결집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YTN뉴스 NOW에서 "처음에 저희가 (대구시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두 분(이진숙·주호영)이 컷오프된 것과 관련된 갈등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저희 당에 대한 실망을 가진 보수 유권자들이 이탈한 측면이 많았다고 보는데 이제 다 정리가 됐다"며 "1:1구도가 되고 대구 지역이 보수의 본산이니까 결국 추경호 후보에게 유리하게 되지 않느냐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판세가 백중세인 만큼 공식선거운동 기간(5월21일~6월2일)이 시작되면서 김 후보와 추 후보의 공약 대결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김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대구의 오랜 숙원 사업인 '신공항 문제 해결'을 비롯해 지역발전을 이끌 인물은 자신이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정식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신공항)의 심각성을 아셨기 때문에 얼마 전에 공항 예정 부지를 가서 국방부, 국토부, 대구시 불러다가 브리핑을 받았다"며 "이 정도 되면 정부의 의지도 실리고, 김부겸이 법도 바꾸고, 이미 확보한 1조 예산으로 TK신공항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3월30일 출마 선언한 지 오늘로 53일째 하루하루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제가 반드시 승리해야 대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거물급 '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고 있다. 추 후보는 대구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공장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여당의 지역발전론에 맞불을 놨다.
추 후보는 이날 출정식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추경호가 '대구경제 꼭 살려달라'는 그 준엄한 명령, 반드시 결과로 답하겠다"며 "정신 단디 차린 추경호가 대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선거 승부의 추는 숨은 표심인 '샤이(Shy) 표'와 '투표율'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는 대구라는 지역의 특성상 여론조사에 표출되지 않거나 주변 시선 때문에 속내를 숨기고 있는 이른바 '샤이 김부겸' 표심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김 후보는 19일 한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12년 전 대구시장 선거든 아니면 국회의원 선거든 40%정도 지지는 있었는데 이분들이 지금 아직은 대구 사회에서 나 김부겸이 지지한다 그러면 어? 당신 배신 때리는 거야? 이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니까 말씀은 못하고 또 길거리에서 제가 만나보면 꼭 당신이 이번에 당선돼서 대구 변화를 멋지게 한번 만들어 달라 이런 격려하시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추 후보 관점에서는 주호영 선대위원장과의 '원팀' 체제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결집시키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2020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일을 회고하며 "선거기간 동안 체감 민심은 50%까지 득표할 수 있을 거라 봤지만 사전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본투표에서는 국힘에 몰표로 가는 현상 때문에 2%가량 이긴 곳이 대구"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TBC대구방송 의뢰로 지난 18일과 19일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케이스탯리서치 여론조사는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