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나포됐던 우리 국민이 석방돼 고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에 납치된 뒤 귀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침략으로 고립돼 생존의 문턱에 선 이들을 돕고자 구호선에 합류했는데, 이스라엘 군대는 이들을 납치하고 고문했다.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씨와 김동현씨가 2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로 국제적 '배려'의 대상이 됐으나 최근 잇따른 '만행'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제 구호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씨와 김동현씨는 22일 오전 6시 23분쯤 태국 방콕발 항공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아현씨는 가자지구로 향했던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폭격뿐 아니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며 "중동 정세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그곳에 사람이 있는 이상 다시 항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언제나 가자지구에 다시 갈 계획이 있다"며 "가자가 해방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고립된 지역들을 계속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아현씨는 이번 이스라엘군에 구금되면서 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배가 마지막으로 나포된 배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당시 이스라엘군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며 "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구타를 당한 뒤였고, 저 역시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현재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현씨 또한 "이스라엘이 저희에게 한 일은 공해상에서 아무런 무기가 없는 배들을 납치하고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감금한,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라며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합법적인 조치라고 말을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아현씨는 19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서, 김동현씨는 18일 키프로스 인근 해상에서 각각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고 구호품을 전달하고자 항해에 나섰다.
현재 가자지구는 단순한 식량 부족을 넘어 기아와 영양실조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된 데다 물, 전력, 물류 인프라가 부족해 식량과 연료, 의약품 등 필수 물자의 상당 부분을 외부 수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봉쇄로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지역 전체가 생존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부 해외 매체는 현재 상황을 두고 '인위적인 대량 기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전쟁 발발 이후 첫 16개월 동안 사망자는 7만5천 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제사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유대인 국가의 안전 보장, 전후 국제사회의 책임 의식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 비판에 신중한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가자전쟁에 이어 이란과의 충돌까지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 확대와 반복되는 국제법 위반 논란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