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와 전국택배노동조합 간 지방선거일 배송 운영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쿠팡CLS는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을 포함한 3일 동안 위탁배송기사 1만8천 명이 휴무를 실시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실제 현장에서는 별도의 휴무 보장이나 물량 조정, 대체 인력 운영 대책 없이 기존 주휴일 활용만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민간 택배회사가 선거일에 반드시 휴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요 택배업체들이 선거일 메인 배송 운영을 중단하거나 일부 물량 조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쿠팡CLS는 전체 배송망 정상 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참정권 보장 수준과 현장 업무 부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선거일 배송 여부를 떠나, 위탁배송 중심 구조 안에서 기사들이 실제로 부담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노조 측은 배송 구조 차이와 별개로 선거일과 같은 공적 일정에서는 기사들이 물량 부담이나 운영상 불이익 우려 없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휴무 보장과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의 선거일 배송 운영방식이 택배 기사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기존 휴무일 선거일에 맞춰 사용 권고, 현장선 “실질적 휴무 어렵다”
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11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의 선거일 배송 운영 방식이 택배 기사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쿠팡CLS가 선거일을 별도 휴업일로 지정하기보다는 기존 휴무 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소 사용하던 주휴일을 선거일에 맞춰 조정하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존 월요일 휴무 기사라면 선거가 있는 주에는 월요일에 근무하고 선거일인 수요일에 쉬는 방식으로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두고 회사 차원의 추가 휴무 지원이나 별도 운영 대책 없이 기존 휴무일만 선거일에 맞춰 사용하는 방식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순히 휴무일 날짜만 조정하는 수준이란 주장이다.
선거일 휴업 여부 자체를 떠나 실제 현장에서 기사들이 물량 부담이나 운영상 우려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는 배송 수행률이나 물량 부담 등을 이유로 휴무 사용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쿠팡은 선거일에도 정상 영업 기조를 유지한 채 별도의 휴업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존 ‘주휴일’을 활용해 투표에 참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러한 상황이 과거 선거 기간에도 반복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일부 주간 배송 휴업 이후 야간 배송 물량이 집중되면서 현장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기사들이 철야 배송 이후 충분한 휴식 없이 투표에 참여해야 했고,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과로 부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1만8천 명 휴무” 발표 두고도 온도차
쿠팡CLS가 밝힌 ‘1만8천 명 휴무’ 규모를 두고도 노조와 회사 측 설명 사이에는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쿠팡 측은 영업점에 투표 참여 독려 공문을 발송하고 각 영업점으로부터 제출받은 운영 계획을 토대로 휴무 예정 인원을 집계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실제 현장에서는 별도의 휴무 신청이나 인원 취합 절차 자체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위탁기사들이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인 만큼 본사와 영업점, 기사 간 인식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사는 영업점 단위 계획을 기준으로 운영 현황을 파악하지만, 실제 개별 기사들에게는 관련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노조 측은 단순한 전달 과정의 문제로 보기에는 현장 체감과 본사 설명 사이 차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CLS 공문에는 “투표일을 참고해 운영 계획을 수립해달라”는 수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으며, 별도의 유급 휴무 보장이나 물량 조정 방안, 대체 인력 운영 기준 등 기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운영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노조 측은 현장에서 별도 휴무 신청이나 참여 의사 취합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사가 발표한 ‘1만8천 명 휴무’ 수치의 산정 방식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기사들 사이에서는 “관련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기존 휴무일을 선거일에 맞춘 것뿐”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휴무 인원이 어떻게 집계됐는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택배기사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사들은 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대리점을 통해 별도의 휴무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결국 기존 휴무일이 선거일과 겹친 것일 뿐인데 이를 참정권 보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송 구조 달라 ‘단순비교 어렵다’ 시각도
반면 물류업계 일각에서는 노조 측 주장과는 다른 시각도 제기된다. 쿠팡과 기존 택배사의 운영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 택배사는 기사 1명이 특정 배송구역을 장기간 전담하는 구조에 가깝지만, 쿠팡의 위탁배송은 다수의 배송인력이 순환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쿠팡은 주 7일 배송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약 단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백업 기사 인력을 확보하도록 운영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기사별 주 5일·주 6일 형태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반 택배업계에서 반복돼온 ‘휴무 다음날 물량 집중’ 현상이 쿠팡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 택배사의 경우 특정일 배송이 중단되면 밀린 물량이 다음날 한꺼번에 몰리는 구조지만, 쿠팡은 매일 배송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일정 부분 물량 분산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물량 증가 시 기존 노선을 세분화하거나 추가 기사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