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감독의 공식 사과에도 디즈니플러스 공개와 대본집 판매는 계속 이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왼쪽).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이안대군의 즉위식 중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천세' 표현이 쓰이면서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MBC
'21세기 대군부인' 박준화 감독은 19일 오전 종영 인터뷰에서 "제작진을 대표해서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박 감독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식샤를 합시다'1·2,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 등을 연출한 중견 감독이다.
박 감독은 이어 "이런 불편한 자리를 마련하고, 힐링보다는 죄송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 변명의 여지 없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이번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감독은 '21세기 대군부인' 대본을 쓴 유지원 작가의 집필 의도를 두고 "작가님께서 조선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그 안에서 우리 역사 안에서 일제 치하 등 힘들었던 순간들이 없는 형태의 조선이 이어졌다면, 600년 역사 안에 현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의 설정, 상황들이 조선 왕조에 맞춰져 있었다. 그 안에서 왕실의 대군, 평민 여인과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어 하셨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에 대한 정보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흡하지 않았나, 조금 더 친절한 형태의 정보를 초기에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역사 고증 문제를 두고 "설정 자체가 조선 왕조로 시작해서 고증도 조선 왕조의 의상, 미술 등에 맞춰졌다"며 "그런 부분이 현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대한제국, 일제치하 등을 거친 형태이지만 이 드라마는 조선 왕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르게 비춰졌다. 전체적인 자문이 조선 왕조에 맞춰서 생긴 부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5일 방송된 11회 왕 즉위식에서 나왔다. 극 중 신하들이 이안대군의 즉위식에서 '만세' 대신 '천세'를 외치는 장면이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만세는 천자에게, 천세는 중국 황제 아래 제후국 군주에게 사용하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왕이 착용한 '구류면류관'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줄이 9개인 구류면류관은 제후국 군주의 복식으로 분류된다. 반면 조선이 대한제국 선포 이후 고종 황제는 '십이면류관'을 사용했다.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을 두고 "대한민국을 중국 제후국처럼 표현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19일 SNS에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 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며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관련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18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아이유 인스타그램
배우 변우석이 18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변우석 인스타그램
드라마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은 18일 소셜미디어에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대본집 출판사인 오팬하우스 스튜디오 오드리는 같은 날 공식 계정을 통해 대본집의 일부 표현을 정정한 PDF 파일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작으로,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선정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 설정,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강점으로 꼽혔다.
당선 이후 약 3년간 MBC의 기획·개발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됐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배우 아이유, 변우석, 노상현, 공승연이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026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 작품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추진한 '칸 시리즈 연계 방송콘텐츠 해외유통 지원사업' 참가작으로 선정돼, 지난 4월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투자설명회에 참가한 바 있다.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의 사과와 별개로 디즈니플러스 공개가 유지되고 대본집 역시 판매가 계속되면서, 책임 있는 후속 조치 없이 콘텐츠 판매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