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새 종전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한편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역’으로 선포했다. 이란과 미국의 종전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이란이 협상에서 적어도 대등한 위치에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를 위해 신설한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는 20일(현지시각) 공식 발표문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통제해역’을 공식적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 해협청이 발표한 통제해역의 동쪽 경계는 이란 쿠헤 모바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남부 푸자이라를 직선으로 연결한 선이고, 서쪽 경계는 이란 게슘섬 끝단과 UAE 움알쿠와인을 잇는 선이다.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이 구역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반드시 사전조율을 거쳐 공식적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올해 5월5일 출범한 기관으로 이란은 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통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란 프레스TV와 미국 CNN보도를 종합하면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에 대해 '선박정보신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40개 항목의 신청서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5월5일부터 자국 공식 이메일로 통항 규정을 전달하고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주권적 해상 교통 규제 체계'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세'보다 '실질적 통제권 행사'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이번 호르무즈 통항통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농축활동의 전면 중단과 핵시설 해체, 고농축 우라늄의 반납 등을 요구했으나, 이란은 이를 일괄 거부하면서 역제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미국과 협상에 대응해 왔다.
특히 이란은 세계 원유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란 정부는 같은 날 "미국의 새 종전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도 '해외 자산 동결 해제'와 '미국의 해상봉쇄 중단'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이 제안한 협의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현재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란의 '통제해역' 선포는 종전협상 테이블에서 몸값을 올리리는 전략이면서도 동시에 이미 가동을 시작한 행정체계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통제권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글로벌 안보전문가들은 이란이 종전협상을 최종적으로 타결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통제카드를 계속 쥐고 흔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