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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공해상에서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탄 구호선이 이스라엘 군에 나포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검토까지 지시했다.

미국과 우방국의 눈치를 보기보다 국제법과 보편적 인권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대응은 '할 말은 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외교 기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체포영장'까지 꺼낸 이유 : '할 말 하는' 대한민국 외교  
이재명 대통령(왼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로이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20일 성명을 통해 "오늘 새벽 2시50분경(한국시각)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활동가들이 탑승하고 있는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구호선단 ‘리나 알 나불시(Lina al-Nabulsi)’호가 이스라엘 군에게 공격을 당했다"며 "리나 알 나불시호는 가자지구로부터 118해리(약 218.5km) 가량 떨어진 지중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게 나포당했으며 승준과 해초 활동가를 포함한 모든 탑승자는 납치됐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가자로 향하던 구호 활동가들이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제적 논란도 확산됐다. 20일 공개된 영상에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장관이 활동가들을 향해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말하며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담겼다. 또 한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치자, 이스라엘 군이 그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제압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자원봉사하겠다는 내국인을 포함한 선박들을 나포하거나 폭침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나포한) 법적인 근거가 뭐냐. 이스라엘 영해냐"라고 물었다. 이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스라엘 영해는 아니지만, 가자지구 전체를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거기가) 이스라엘 지 땅이냐. 교전하면 제3국 선박 나포하고 잡아가도 되냐"며 "우리 국민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잡아간 것은 너무 심하고 비인도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조치가 국제법적으로 정당한지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에 누리꾼들은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주권국가의 면모를 갖추자", "국력에 걸맞게 할 말 하는 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체포영장'까지 꺼낸 이유 : '할 말 하는' 대한민국 외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한 걸음 나아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지금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죠? 유럽 일부 국가는 체포영장을 발부해서 국내에 들어오면 네타냐후 총리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우리도 판단해보자"고 체포영장 검토를 지시했다. 

한국 정부가 체포 영장 집행 검토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미국과 우방국인 이스라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편적 인권 규범을 위반한 국가 수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는 2024년 11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 혐의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자국에 입국할 경우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을 향한 강경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방위군(IDF) 병사 3명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건물 옥상에서 던지는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 외무부가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국내 일부 정치권에서도 외교적 파장을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오목 좀 둔다고 (바둑) 명인전 훈수하는 분들, 훈수까지는 좋은데 판에 엎어지시면 안 된다. 집안 싸움 집착하다 지구 침공 화성인 편들 태세인데, 일단 지구부터 구하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보편적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인권 외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21일 논평을 통해 "FTA까지 체결한 우호국을 상대로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서 단교까지 불사할 듯한 감정적 폭언을 쏟아내는 것은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도를 넘으면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외교적 후폭풍'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동 분쟁에 한국 정부가 개입할 경우 교민 사회와 한·미 관계, 한·이스라엘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한국 정부는 중동 문제에서 미국과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원론적 입장에 머물러 왔다.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은 전쟁범죄와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이스라엘을 직접 비판했다는 점에서 침묵하지 않는 외교를 보여줬다. 

한편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자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의 선박 나포로 체포된 한국 국민들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가 석방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체포된 우리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국제인도법 등과 관련해 국제규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며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안으로 한-이스라엘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고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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