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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구호 활동가들은 손이 뒤로 결박된 채 무릎이 꿇여 있다. 전쟁포로처럼 바닥에 머리를 막고 엎드려야 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장관이 이들을 내려다보며 국기를 흔들며 정복자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특히 해당 영상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자신이 SNS 계정에 직접 올려 공개했다.

국제사회는 경악했고, 일부 국가는 자국의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장관이 무릎 꿇린 가자 구호활동가들을 조롱했다  : 국제 사회가 일제히 분노하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억류된 구호 활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사진)을 올렸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엑스 계정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구호 활동가들을 임시 수감한 시설을 방문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 활동가들은 손이 뒤로 묶인 채 땅에 머리를 박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벤그비르 장관은 웃으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든 채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바로 이 땅의 주인"이라고 말했고, 손이 묶인 한 남성의 얼굴 가까이에서 "이스라엘 국민은 살아 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무릎 꿇린 활동가, 웃으며 지나가는 이스라엘 장관

이스라엘 장관이 무릎 꿇린 가자 구호활동가들을 조롱했다  : 국제 사회가 일제히 분노하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억류된 구호 활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엑스 계정

이어 수갑이 채워진 한 활동가가 벤그비르 장관 옆에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치자,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경찰과 군인들이 활동가의 강하게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이들은 무릎 꿇린 활동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벤그비르 장관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지나갔다. 

이 활동가들은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출항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 19일 키프로스 서쪽 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글로벌 수무드 함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약 50척 규모의 선단에는 39개국 출신 400명 이상이 탑승했으며,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선박을 나포한 뒤 남부 아슈도드 항구의 임시 구금 시설에 활동가들을 억류했다.

이스라엘의 만행에 분노하는 각국의 정상들

각국 정상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원봉사를 하러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체포·감금했다는데, 이게 과연 타당한 일이냐"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성명을 내고 활동가들에 대한 처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주이탈리아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금된 활동가들 가운데에는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의 자매인 마거릿 코널리 박사를 포함해 아일랜드인 1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전날 영국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아주 속상한 일"이라며 "마거릿이 자랑스럽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활동가 구금은 용납할 수 없고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고, 헬렌 메켄티 아일랜드 외무장관 역시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유럽 각국의 반발도 잇따랐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SNS에 "완전히 경악했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분노를 표현하고 설명을 듣기 위해 이스라엘 대사 소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독일·그리스·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캐나다·튀르키예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벤그비르 장관이 활동가들을 대하는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관계 당국에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강제 추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공개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르 장관은 이날 엑스(X)에 "이번 파렴치한 행태로 고의적으로 국가에 피해를 입혔으며, 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당신은 이스라엘의 얼굴이 아니"라고 직격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은 이에 게의치 않았다. 벤그비르 장관은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 내에는 테러 지지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도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테러를 지지하고 테러리즘에 동조하기 위해 우리 영토에 오는 사람은 누구든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한계치 넘어섰다 

병원·식량·구호 체계가 동시에 붕괴하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국제사회의 경고도 이번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 세계에서 사망한 인도주의 활동가 1010명 가운데 560명 이상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식량·식수·의약품·임시 거처를 배포하거나, 당국과 조율된 구호 임무를 수행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가자지구는 이제 유엔 직원들에게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전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전쟁 발발 이후 소속 직원 200명 이상이 폭격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 역사상 단일 분쟁 기준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의료·식량 상황도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가운데 완전히 정상 운영되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고, 유엔 산하 IPC(통합 식량안보 단계분류)는 주민 약 210만 명 가운데 93%가 위기·비상·재앙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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