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음주운전으로 이른바 '윤창호법' 적용을 받은 배우 손승원이 출소 후 또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인해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실효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뮤지컬 배우 손승원(왼쪽), 경찰이 새벽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블라썸 엔터테인먼트, 연합뉴스
반복되는 음주운전에도 재범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현재의 처벌이 충분한가'라는 물음이 번지고 있다.
검찰은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심리로 열린 손승원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손승원은 지난해 11월 만취 상태로 약 2분간 강변북로를 역주행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이후 올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이 큰 비판을 받는 이유는 손승원의 음주운전 전력이 이미 수차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까지 총 네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경상을 입힌 뒤 뺑소니를 친 적도 있다. 이번 적발까지 포함하면 손승원의 음주운전은 사실상 다섯 번째에 이른다.
손승원은 연예계 최초로 '윤창호법'이 적용된 인물이기도 하다. 윤창호법은 2018년 부산에서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 이후 국회를 통과했는데,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냈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과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핵심으로 한다.
이번에 검찰에게 4년을 구형 받은 손승원의 처벌 수준은 과연 충분할까? 해외 주요 국가들은 상습 음주운전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
먼저 대만은 10년 안에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상습 음주운전자로 분류해 이름과 얼굴 사진을 교통국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말레이시아는 더욱 강경하다. 음주운전 적발 시 운전자는 즉시 수감되며, 기혼자의 경우 함께 술을 마신 배우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태국에서는 음주운전자에게 영안실 봉사 100시간을 부과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중국 역시 강력한 처벌 국가로 꼽힌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면 '만취 운전'으로 분류되며, 형사재판에 넘겨진다. 면허 취소와 구류형은 물론, 중대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중국 상하이에서는 음주운전으로 6명의 사상자를 낸 40대 남성이 사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술과 차 열쇠. AI 이미지.
일본도 음주운전을 엄격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이후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강화했으며, 음주운전자 본인뿐 아니라 술을 권한 사람과 동승자까지 함께 처벌하는 방식으로 책임 범위를 넓혔다. 미국 역시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다.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최소 징역 50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 견줘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강도는 낮은 편이다. 여기에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주운전은 대표적인 재범 범죄로 꼽히지만, 현실에서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전과 여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일 경우 기본적으로 1년6개월에서 3년의 징역형이 권고되지만, 초범이거나 대인 피해가 없는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국회에 제출된 음주운전 사건 처리 현황에서도 전체 음주운전 피고인의 55.9%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벌금형은 25.3%, 실형은 15.2%에 그쳤다. 실형을 받은 경우에도 대부분 형량이 3년 미만이었다. 2019년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이후 5년간 음주운전 연평균 재범률은 43.6%다. 시행 이전 재범률은 44.7%로 차이는 4.1%로 미미한 편이다.
결국 운전자 입장에서는 '걸려도 버틸 만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손승원의 사례는 단순한 연예인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한국 사회가 음주운전 재범 문제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 되묻는 사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