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회가 알리 팔레 알자이디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 내각 구성을 승인했다. 옆 나라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을 받아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고 2011년 종전 뒤에도 정치적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리 팔레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부 구성안을 제출하기 전 의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라크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보다 총리가 실질적 권력을 쥐고 있다. 대통령은 주로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에 머물며, 총리는 정부수반이자 군 통수권자로 내각과 행정을 이끈다.
14일(현지시간) 이라크 국영 INA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총리실은 의회가 표결을 통해 알자이디 총리의 조각안을 인준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23개 장관직 가운데 14개 부처만 인선이 완료됐으며, 나머지 9개 자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정부 출범은 지난달 11일 환경장관 출신인 니자르 아메디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아메디 대통령은 같은 달 27일 사업가 출신의 알자이디를 총리로 지명하고 내각 구성을 맡겼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의회 다수파인 시아파 진영에서는 친이란 성향의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를 다시 총리직에 앉히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상대적으로 정치 경험이 적은 알자이디가 최종 낙점됐다.
알자이디의 총리 지명으로 미국과의 정치적 교착 상태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라크 내부의 치안과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올해 3월에는 북부 아르빌 정유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에너지 인프라와 안보 불안 문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탓에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해상 교통로 불안 역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라크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부 세력의 영향도 많이 받는 국가인 만큼, 알자이디 신임 총리는 앞으로 친이란 무장세력 해체를 요구하는 미국과 중동 시아파 진영의 핵심 국가인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혼란한 정국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