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신임 의장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을 버틸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충격과 인플레이션 재점화가 워시 의장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 상원서 인준안이 통과된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 ⓒ AFP=연합뉴스
미국 상원은 13일(현지시각) 54대45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임명을 위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연준 의장의 임기는 4년으로,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15일에 끝난다. 워시 의장 후보자는 이르면 이번 주중에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금리인하' 위해 케빈 워시 강력 지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신화통신=연합뉴스
케빈 워시 의장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인하 목적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압박해왔다. 심지어 해임까지 검토하면서 연준과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하에 우호적 인물로 판단한 케빈 워시 의장 후보자를 후임으로 낙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를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그는 분명히 금리인하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시 의장 후보자도 지명 당시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산업 생산성 향상이 물가상승을 완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유연한 매파'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시 의장 후보자는 올해 4월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금리인하를 약속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나 또한 그런 약속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히면서 독립적 금리결정 원칙을 선언했다.
이란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금리인하 물건너가나
설령 워시 의장 후보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금리인하 의지를 굳힌다고 해도, 현실의 벽은 높다. 올해 2월 말부터 시작된 이란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이번 물가 상승분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는 "이란전쟁이 트럼프의 금리인하 꿈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4월 중순 미국 어번 대학교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란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올해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란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최대 2%포인트 상승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약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이 이란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이미 금리인하를 향한 기대치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워시 의장 후보자로서는 이란전쟁이 초리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쉽사리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연준의 구조적 한계도 워시 의장 후보자가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9표 가운데 단 1표만을 행사할 수 있다. 워시 의장 후보자는 의장으로서 회의 의제를 주도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금리 결정은 위원회 다수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더구나 금리인하에 부정적 의견을 꾸준히 펼쳐온 파월 연준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지만, 이사직은 유지하다. 이에 워시 의장 후보자가 의장으로서 금리인하와 관련된 리더십 발휘하려고 할 때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워시 의장 후보자는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과 이란전쟁발 인플레이션이라는 상반된 방향의 힘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제17대 연준 의장의 첫 FOMC(6월16일 예정)는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