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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선 교사 절반 이상이 언제든 학교를 떠날 지 고민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허프 생각] 교사 55%가 사직 꿈꾸는 시대 : 사명감이 '독박 책임' 앞에 무너진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사 시민권 회복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14일 발표한 스승의 날 기념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 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55.5%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7180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교육계를 강타한 '현장 체험학습 거부 사태'와 궤를 같이한다. 스승의 날을 맞은 5월 교문 밖을 나서는 노란 버스가 자취를 감춘 풍경은 한국 공교육이 마주한 처참한 민낯이다.

현장학습 기피 현상의 본질은 교사들의 태업이 아닌 '생존 본능'이다.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외부 활동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해 현행 사법 체계는 인솔 교사에게 가혹할 만큼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고 있다고 교사들은 주장한다.

학생의 돌발 행동이나 불가항력적 사고마저 교사의 '주의 의무 태만'으로 귀결되는 현실에서 교사에게 현장학습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닌 형사처벌 위험을 감당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교권 보호는 교사가 법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교사는 현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그리고 사고 시 '독박 책임'을 지우는 구조 속에 방치돼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호막 없는 사명감은 결국 소진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가 바로 '교사 55%의 이직 고민'이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교권 보호 5법' 통과로 변화를 줬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실질적 사고 책임에 대한 면책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허프 생각] 교사 55%가 사직 꿈꾸는 시대 : 사명감이 '독박 책임' 앞에 무너진다
어린이 통학버스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현행 학교안전법상 교사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해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 법적 책임을 면제 받는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현행 법조항이 교사들을 형사처벌 위험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은 15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안전 조치를 취했을 시 교사에게 면책이 된다는 데 '안전 조치를 취했을시'라는 게 문제가 된다"며 "판례만 봐도 (교사가) 안전벨트 착용 등 가기 전에 안전 교육을 하고 현장학습에서 학생들을 챙기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면 200장이 넘는 매뉴얼 속에서 선생님이 안전 조치를 안 취했다고 몰아갈 수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장의 절규는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강 위원장이 얼마 전 최교진 교육부 장관 앞에서 이러한 현실을 토로하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1100만 회가 넘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교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정당한 교육 활동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와 기관이 온전히 법적·경제적 방패가 돼주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는 어떤 교육적 혁신도, 체험학습의 정상화도 불가능하다.

교사들은 심지어 아동의 보호를 위해 마련된 '아동복지법'도 학부모들의 기분에 따라 교사들의 교육권을 얼마든지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갈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호소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도 '아동학대'라는 명목으로 재판정으로 내몰리는 것이 오늘날 교사들이 마주한 서글픈 자화상이다.

강 위원장은 "저희 선생님들께서 아동복지법을 뭐라고 하냐면 학부모 기분 상해죄 아니면 우리 아이 기분 상해죄라고 한다"며 "수업 시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선생님께서 자는 학생을 깨웠더니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싸우는 애들을 말리고 학교폭력위원회 열었더니 가해한 학생 학부모님께서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발을 했다. 학생이 선생님을 때렸는데 손목을 잡았습니다.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하셨고 법원 재판까지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권을 보호하지 않는 사회에서 교육의 질을 논하는 것은 기만이다. 교사들이 교육보다 아이들과 학부모의 기분을 살피는 '눈치보기'로 내몰리고 있는데 어떻게 교육의 질을 높일 수가 있을까.

다행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발언으로 현장학습을 나가지 않는 교사들을 비판한 게 아니냐며 반발을 샀던 이재명 대통령도 교사들 보호에 신경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과 책임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결코 사그라들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멈춰 선 노란 버스를 다시 움직이게 할 힘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단단한 법적 토대에서 나온다. 교권 보호가 곧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권을 담보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임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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