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잘못했습니다." 이 말 한마디면 끝날 수도 있었다. 결국 가수 이승환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항소에 나선다.
가수 이승환 ⓒ연합뉴스
이승환은 공연 취소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뒤, 사과 한마디만 하면 더는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시장 측은 끝내 응하지 않았고, 법적 공방은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승환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소 작업에 착수하겠다. 소송대리인을 기존 두 명에서 다섯 배 늘려 총 열 명으로 꾸리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결국 어떤 식으로도 사과하지 않으신다"며 "그것이 신념 때문이라면 소름 끼치게 무섭고, 체면 때문이라면 애처롭게 우습다"고 직격했다.
이승환은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독단적이고 반민주적 결정으로 실재하는 손해를 입힌 경우 책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국가배상법의 맹점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며 "김장호씨(현 구미시장)가 다시는 법과 원칙, 시민과 안전이라는 스스로에게 없는 가치들을 쉽사리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환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개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음악씬의 선배로서, 동료로서 사회와 문화예술의 공존과 진일보에 기여할 수 있는 판례를 남기고 싶다"며 "지자체의 입맛에 따라 공연 대관을 불허하거나 취소하는 편협하고 퇴행적인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 시장을 향해 "시장님. 이번엔 세금 쓰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수 이승환이 14일 페이스북에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항소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환 페이스북
여기에 뼈 있는 풍자도 빠지지 않았다. 이승환은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 운동) 시장님을 위한 추억의 짤 방출'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개 앞에 사과를 내민 사진을 게시했다. 이른바 '개사과' 밈을 소환한 것이다.
개사과는 2021년 대선 국면에서 등장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두환이 정치는 잘 했다"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뒤 사과했지만, 이후 캠프 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사람에게 해야 할 사과를 개에게 하는 모습처럼 비쳤고, 이후 진정성 없는 사과를 비꼬는 의미로 개사과라는 표현이 굳어졌다.
4월7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구미보에서 김장호 구미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는 출마선언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25일 예정됐던 이승환의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콘서트가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돌연 취소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승환은 다른 공연 무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과 관련해 "탄핵이 되니 좋다", "앞으로 편한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이 공연 반대 집회를 예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구미시는 이승환 측에 정치적 선동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승환 측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고, 구미시는 공연 예정일을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이승환은 공연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피해를 입었다며 경북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8일 이승환과 소속사 드림팩토리클럽, 공연 예매자들이 구미시와 김 시장을 상대로 낸 2억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구미시 측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며 이승환에게 3500만 원, 드림팩토리클럽에 7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공연 예매자 100명에게도 각각 15만 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