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자사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하이브로자임, 프로젝트명 ALT-B4)을 둘러싼 특허 전쟁에서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됐다. 미국 특허심판원이 경쟁사인 할로자임 특허 일부를 무효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ALT-B4가 재평가를 받으면서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회사가 추진 중인 코스피 이전상장 역시 탄력을 받게 됐지만, 코스닥협회 등 유관 단체들이 잔류를 호소하고 나오면서 향후 판단이 주목된다.
알테오젠 본사 및 연구소 전경. ⓒ 알테오젠
15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미국 특허심판원은 12일(현지시각) 할로자임의 미국 등록특허(제11952600호)에 대해 무효(unpatentable)로 최종 서면 판단을 내렸다.
이는 알테오젠의 파트너사인 미국 MSD(머크)가 할로자임을 상대로 엠다제(MDASE) 관련 특허에 대해 제기한 특허무효심판(PGR)의 결과다. 이번 판단은 MSD가 제기한 15개 특허무효심판 가운데 첫 번째 결과이다. 특허무효심판은 제3자가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을 다툴 수 있는 제도다.
할로자임은 기존 정맥주사(IV)로 투여하던 항체의약품이나 단백질 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투여할 수 있도록 제형을 변경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인핸즈’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 제형 변경은 투약시간을 줄여 환자의 편의성과 병원의 경영 효율을 높인다.
그런데 인핸즈 플랫폼의 특허는 2027년 미국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만료된다. 이에 할로자임은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또다른 SC제형 변경 플랫폼 엠다제를 특허 등록했다. 엠다제는 미국에서 2034년, 그외 국가에서는 2032년까지 보호를 받는다.
인핸즈가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 자체를 이용한 약물 전달 기술 관련 특허라면, 엠다제는 이 효소의 다양한 응용에 대한 포괄적인 특허다. 업계에 따르면, 할로자임이 특허 출원한 건수가 1백 개를 넘는다.
이에 MSD는 알테오젠의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 SC제형(키트루다 큐렉스)의 상업화를 앞두고 특허 리스크를 정리하기 위해 2024년 11월부터 엠다제 특허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할로자임이 2025년 4월 MSD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큐렉스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MSD와 알테오젠은 “엠다제 특허 무효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지난해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특허심판원은 이번 심판에서 엠다제의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이를 뒷받침할 명세서 기재가 부족해, ‘서면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과 ‘실시가능요건(enablement)’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특허심판원은 “특허의 활용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할로자임의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다. MSD와 알테오젠 쪽은 MSD가 제기한 나머지 특허무효심판도 제11952600호 특허와 연계돼 있어 무효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 알테오젠, 특허 분쟁 리스크 해소로 날개를 달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판 결과를 두고 알테오젠이 할로자임의 견제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특허분쟁 리스크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SC 제형 판매와 관련해 커다란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큐렉스 제품 매출에 대해 총 10억 달러 규모의 판매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다. 매출액에 대한 로열티는 별도다.
증권가에서도 알테오젠의 수혜를 예상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리포트에서 “할로자임의 특허 무효로 알테오젠의 ALT-B4 특허가 2043년까지 유지되는 것이 확정돼 ALT-B4의 가치가 상승했고, 할로자임이 제기한 특허침해소송도 기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허무효심판(PGR) 결과를 기다린 알테오젠의 파트너사들이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긍정적인 소식에 알테오젠은 14일 에코프로비엠을 누르고 코스닥 시총 1위를 탈환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1월21일 에코프로비엠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가 4월 초 잠시 동안 1위에 복귀했으나 이후 다시 1위에서 물러난 바 있다.
14일 기준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20조6100억 원에 이른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663조7360억 원) 기준으로 약 3.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코스닥 관련 단체들, 알테오젠에 “남아달라” 읍소
알테오젠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호재로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상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코스피는 코스닥시장에 견줘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할 뿐만 아니라, 지수추종펀드의 패시브 자금(특정 지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자금) 유입으로 자금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8월 이전상장 계획을 공개하고 9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이전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상장 추진의 건’을 의결했다. 현재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준비 중이며,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이전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런데 일부 단체들이 알테오젠의 이전상장을 적극 만류하고 나섰다. 코스닥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13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알테오젠의 잔류를 호소했다.
특히 코스닥협회는 앞서 지난 5일 알테오젠에 코스피 이전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협회는 공문에서 “코스닥 대표 기업의 코스피 이전은 시장 전반의 투자 매력도 및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부탁드린다”며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장이 성장 플랫폼으로 기능해 기술성장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알테오젠이 코스닥 시장에서 성장한 상징적 기업이고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만큼 이탈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 쪽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