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날을 맞아 '참된 스승'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이 잇따라 전해졌다. 교단을 떠나서도 혹은 끝까지 교단을 지키면서도 제자와 사회를 향한 사랑을 실천해온 참스승의 이야기다.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에서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헌신했던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 다목적실에는 그에게 배움을 받았던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등 150여 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평생교육의 길에 헌신한 교육자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에서 열린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장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후 묵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선재 교장은 1963년 야학이던 일성고등공민학교에서 교사로 시작해 1972년 교장을 맡았다. 이후 학교를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중고로 발전시키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 여성들에게 다시 교육의 길을 열었다.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를 위한 일요학교를 운영하는 등 교육 현장을 확장해온 그의 삶은 '한국의 페스탈로치'라 불릴 만큼 존경을 받았다.
그의 별세와 함께 학교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현행 평생교육법상 설립 주체가 법인으로만 인정되면서 개인 명의로 설립된 일성여중고는 법인 전환 없이는 존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인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면 학교는 2028년 2월, 올해 입학생들이 졸업한 뒤 폐교될 수 있다.
생의 끝에서도 이어진 가르침
고(故) 김미향 마산대 교수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또 다른 곳에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살린 스승의 이야기도 알려졌다. 내년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던 마산대 김미향 교수는 지난 10일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신장을 기증하며 세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김 교수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다 지난달 17일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나눔을 몸소 실천해 온 고인의 삶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에 뜻을 모았다. 딸 박다빈 씨는 "엄마를 너무 살리고 싶었던 마음만큼 다른 환자들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기증에 동의했다"며 "늘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던 엄마라면 하늘나라에서 좋아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쓰러지기 전까지 마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20년 근속 공로패를 받을 만큼 교육에 헌신해 왔다. 내년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서도 제자들의 진로와 장학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제자들을 향한 애정을 보여왔다고 한다.
고인의 빈소에는 졸업생 제자들까지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교사의 나눔
퇴직 초등교사 홍은경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14일에도 따뜻한 나눔이 이어졌다. 27년 동안 교단에 있었던 전직 초등학교 교사 홍은경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홍이번 기부금은 퇴직금과 치료비, 투자 수익 등을 오랜 시간 차곡차곡 모아 마련한 것이다.
1억 원 기부는 그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다. 홍씨는 이번 기부로 사랑의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말없이 이어진 제자 사랑
제자를 향한 조용한 선행도 있었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초등학생 제자에게 7년 동안 매달 15만 원을 보내준 한 교사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포스코 교육재단 소속 포항제철 지곡초등학교 A교사다.
이 선행은 제자 B군의 어머니가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졌다. A교사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B군의 어머니도 그 약속을 지켜왔다.
그러다 올해 3월, B군 어머니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이제는 선생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 교육재단 이사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B군의 어머니는 편지를 통해 "밤마다 천장을 보며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으로 눈물을 적셨다"며 "일가친척도 못 해주는 일을 해주신 선생님의 제자 사랑을 대나무숲에라도 외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