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올해 3월1일로 끝났다. 현재 윤 사장은 NH투자증권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 등으로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NH투자증권을 이끌어가고 있다. 윤 대표의 연임 문제는 NH투자증권의 각자대표 체제 전환과 맞물려있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독립성 강화’에 방점을 찍으며 이사회 구조를 개편해 나가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연결고리인 ‘기타비상무이사’를 두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NH금융그룹 CEO의 선임이나 연임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의 지나친 영향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 이번 이사회 개편이 더욱 주목을 끈다.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농협중앙회, 그룹 등과 연결고리였떤 '기타비상무이사'가 사라졌다. 사진은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NH투자증권
◆ 빅5 증권사 가운데 사외이사 비율 최고 수준, 83.3%로 상향
15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NH투자증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가 사라졌다. 이와 함께 기존에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대표이사 1명으로 구성돼있던 NH투자증권의 이사회 구조는 사외이사 5명, 대표이사 1명의 6명 체제로 개편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통상적으로 금융지주와 계열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융권에서는 계열사 이사회 내에 금융지주 측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지주와 계열사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 내에서 지주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농협금융그룹의 경우, 농협중앙회 측 인사가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포진하는 사례가 잦았다. 대표적으로 농협은행 이사회에는 이신형 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김광수 현 일동농협 조합장이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신형 전 수석부행장은 농협중앙회 가평군지부장을 지낸 농협중앙회 전직 임원 출신이며 김광수 조합장 역시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유권자인 조합장으로서 농협중앙회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금융권 및 그룹 내 관행 속에서도 NH투자증권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배제한 것은 이사회 본연의 독립적 의사결정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기할 만한 점은 윤병운 사장의 연임이 화두인 상황에서 이사회가 개편됐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문연우 기타비상무이사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두고 있었다. 문연우 이사는 198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리스크감리팀장, 농협손해보험 인천총국장과 위험관리책임자(CRO) 등을 지낸 인물로 이사회 내에서 농협중앙회와 그룹의 의중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문 이사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에서 제외하며 윤 대표의 연임 문제에서 농협중앙회와 그룹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약화시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아예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이사회 내에서 없애고 독립이사 위주의 이사회로 개편한 것이다.
◆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은 주요 증권사 중 최고
NH투자증권이 독립이사 위주로 이사회를 재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 역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H투자증권의 이사회는 등기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사외이사로, 비율은 71.4% 수준이었다. 기존에도 비교적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올해 이사회 개편을 통해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이 83.3%로 확대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은 더욱 개선됐다.
이는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빅5) 증권사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빅5 증권사의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이 나란히 7명 중 4명으로 57.1%, 비상장사인 한국투자증권이 9명 중 6명으로 66.7%다. 10대 증권사로 범위를 넓혀봐도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이 NH투자증권보다 높은 곳은 한 곳도 없다.
◆ 소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체제 구축, ESG 지배구조 기준 부합
이사회가 완전히 독립이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당연한 수순으로 이사회 내 주요 위원회 구성 역시 변화가 발생했다.
문연우 기타비상무이사가 임추위 위원에서 빠진 이후에도 몸담고 있던 리스크관리위원회, ESG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등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올해부터 전원 독립이사로만 구성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이번 위원회 개편 역시 이러한 외부의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에 부합하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기타비상무이사를 두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