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핵심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가 대규모 노사 갈등의 전면에 섰다. 약 4만 명에 달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결집해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현장 안팎의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2026년 4월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2시,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평택사업장 앞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 현장에서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얼굴 사진을 밟고, 그 위에 낙서를 하는 등 심각한 갈등의 수위를 드러냈다.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납득 가능한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을 약 300조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15% 수준의 성과급이 반영될 경우, 그 규모가 최대 45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 같은 전운이 감도는 상황 속 온라인에서는 "이런 애들 그냥 짤라도 됨", "반감 생기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등 노조의 요구 수준과 투쟁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 또한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일반적인 '노동자'라기보다 이들도 '특권층'
삼성전자 로고. ⓒ연합뉴스
그렇다면 자본과 권력을 쥔 경영진에 맞서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조합을 향해, 왜 대중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은 것일까?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불편함과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복지, 고용 안정성을 갖춘 집단으로 평가되며, 일부에서는 이들을 '노동시장의 특권층'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청년층이나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은 오랜 기간 외주화 구조가 고착돼 왔다. 본사는 수익을 내부에 집중시키는 반면, 설비 유지보수나 위험 물질 관리 등 고위험·고강도 업무는 협력업체에 맡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삼성 또한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사업장의 ‘소속 외 근로자’는 3만5701명으로 전체의 약 21.6%에 달한다. 다만 이들은 노조 가입이나 처우 개선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불황기엔 가장 먼저 해고 위협에 노출되고, 호황기엔 성과 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되기도 한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이번 투쟁
삼성전자 주가가 4년5개월 만에 4만원대로 떨어진 2024년 11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갈등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측에 따르면 예고한 총 파업 시작일인 오는 5월 18일 이후 18일간 파업시 설비 운영과 공정 중단 등을 감안할 경우 회사 측 손실이 최소 20조~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 중이다.
반도체 생산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수적이며, 특히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수개월에 걸친 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 라인이 중단될 경우 해당 구간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피해 규모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노조 측이 주장한 것 이상으로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삼성이 혼란을 틈타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번 파업 움직임을 “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 터진 악재”로 규정하며, 한국 제조업에 만연한 ‘강성 노조(militant union)’ 문화가 삼성의 위기 극복을 가로막는 구조적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2024년 5월 29일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했을 당시, 주가는 하루 만에 약 3.09% 하락했다. 올해 3월 기준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전체와 수백만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은 기우가 아니다.
자칫 유혈사태로 번질 수도 있는 대규모 집회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2026년 4월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주변에 전날 발생한 차 사고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파업과 집회는 교통, 물류, 상권 등 일상에도 부담을 준다. 특히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경우 경찰력과 차량이 대거 투입되면서 주변 상권과 주민들은 소음과 혼잡, 안전 문제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안전 문제다. 이처럼 대규모 노조 집회에서는 분위기가 격화될 경우 자칫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집회는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이하 주주 측) 일부 회원들이 인근에서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며 주주 권익 보호를 촉구하고 있어,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형성된 만큼, 현장을 둘러싼 안전 리스크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20일 BGF리테일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에서, 노조 파업 대응을 위해 투입된 2.5톤 대체 화물차가 출차를 시도하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차량 앞을 막아서며 매달리다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