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이끄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이란 전쟁 여파로 패션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가운데,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은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아르노 회장이 전쟁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을 재임 기간 내에 정리한 뒤 승계 작업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회장이 2024년 1월 2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파리 로이터
아르노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후계자 관련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지난해 향후 10년 임기에 대해 99%의 찬성으로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내줬다”며 “괜찮다면 이 이야기는 7~8년 뒤에 다시 하자”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그는 다섯 자녀가 그룹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장녀 델핀 아르노는 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디오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으며, 장남 앙투안 아르노는 LVMH의 이미지·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총괄한다.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모에 헤네시, 프레데리크 아르노는 로로피아나, 막내 장 아르노는 루이뷔통 시계 부문 마케팅을 각각 담당 중이다.
승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뒤 아르노 회장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사치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패션 업계 전반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세계가 중동에서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상황이 매우 예측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쟁이 지난 2년간의 침체 이후 기대됐던 사치품 수요 회복을 지연시키고, 전 세계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VMH는 지난주 2026년 1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이번 전쟁이 1분기 매출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회장직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상향했고, 이사 임기를 10년 연장하는 안도 99%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가문 중심 지배구조가 공고한 LVMH 특성상 승계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아르노 회장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한 이후 본격적인 승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아르노 회장은 1949년 3월 5일생으로, 2026년 기준 만 77세다.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가족 건설업에서 경력을 쌓았다가 1980년대 크리스찬 디올과 크리스찬 디올의 모기업인 섬유기업 부삭(Boussc)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명품업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