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친오빠가 여성 BJ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수에게까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핑크 지수(왼쪽), AI로 제작한 남성의 뒷모습. ⓒYG엔터테인먼트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 15일 한 30대 남성을 강제추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남성은 여성 BJ의 ‘식사 데이트권’을 이용해 그를 자택으로 데려가 신체 접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조사과정에서 그가 지수의 친오빠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지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당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 인지하거나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지수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월간남친’ 크레딧에서 친오빠의 이름이 매니지먼트 스태프이자 대표로 기재됐다가 ‘블리수 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수가 2024년 2월 설립한 1인 기획사 블리수 엔터테인먼트는 지수가 친지·가족과 함께 운영해온 구조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를 둘러싼 의문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법과 이미지 사이, 연예인의 ‘현대판 연좌제’
사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수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온전히 그의 친오빠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속사의 설명처럼 해당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 지수 측이 일정 시점 이후 전혀 관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설령 두 사람이 여느 가족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사건 이후 관계 정리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지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지닌 특성상 파장에 따른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이번 논란 여파로 공항 패션 취재 일정이 취소되는 등 일부 영향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현재로서는 업계 전반의 뚜렷한 거리두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여론의 흐름이 급변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상황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팬들은 처사가 지나치게 가혹하며, 법으로도 금지된 ‘연좌제’를 사실상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연좌제는 헌법상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1981년 형법상 폐지된 이후 헌법 제13조 3항을 통해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현실의 연예계는 법의 논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공인’이라 부르며 이미지로 평가받는 직업군인 만큼, 이들에게는 이른바 ‘현대판 연좌제’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게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변수, 그리고 ‘선 긋기’의 방식
가수 장윤정(왼쪽), 배우 김혜수(중앙), 방송인 박수홍. ⓒ밀알복지재단, 연합뉴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지의 범죄, 혹은 잘못으로 인해 연루될 경우 연예인은 속수무책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사건 그 자체보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대중과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수 장윤정이다. 그는 2013년 방송을 통해 어머니가 자신의 수입을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면서 10억 원대 빚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이후 그의 모친이 지인들에게 4억 원이 넘는 돈까지 빌리자 가족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고, 장윤정은 결국 절연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단순한 해명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정리하는 선택을 통해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배우 김혜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9년 7월 10일, 그의 모친이 지인들로부터 약 13억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이른바 ‘빚투’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일부 피해자들이 “김혜수의 이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김혜수 측은 오래전부터 모친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으며 해당 사안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감정적 호소가 아닌, 시간적 단절과 사실관계를 근거로 선을 그은 셈이다.
방송인 박수홍의 경우는 결이 다르다. 그는 2021년 3월 29일, 친형 부부에게 100억 원대 재산을 횡령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족 리스크를 넘어, 본인이 명백한 피해자라는 점에서 대중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초기에는 가족 간 갈등이라는 이유로 불편한 시선도 존재했지만, 이후 수사와 증언을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서 여론은 동정과 지지로 빠르게 기울었다. 같은 ‘가족 문제’라도, 당사자가 피해자인 경우 대중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지점에서 앞선 사례들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모두 모호함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지수 역시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친오빠의 범죄 혐의로 촉발된 이번 논란에서 법적 책임은 명확히 개인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문제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지의 영역이다. 특히 1인 기획사 설립 과정에서 가족이 일부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맞물리며, 단순히 ‘무관하다’는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결국 연예계에서 이른바 ‘현대판 연좌제’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연예계 시장에서는 분명히 작동하며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사건의 발생 여부와 단순한 형법상 처벌 대상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태도와 메시지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수 역시 이제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일관된 설명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