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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1월 코스피에 상장하는 일련의 과정은 국내 시장에 ‘중복상장’의 문제의식을 일깨운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 가능성을 높게 보고 LG화학 주식을 샀던 주주들을 심하게 무시한 것이었고, 2022년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나섰다. 중복상장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허프 생각] 중복상장 미련 못 버리고 밸류업 역행 주장하는 재계 : 'LG에너지솔루션 사태'에 대한 국민 공분 잊었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26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정부는 지난 3월18일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심사 과정에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이달 16일에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를 열어 정책 추진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새로운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개정예고하고, 상반기 내 절차를 마쳐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부터는 중복상장 금지 규정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세미나에서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배주주는 사업 확대, 일반주주는 주가 폭락

중복상장은 지분 관계가 있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지주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인적분할한 회사, 상장사가 새롭게 설립하거나 인수한 자회사도 포함된다. 

예전에는 모회사가 내부의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모두 포괄해서 중복상장이라고 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같은 사업을 영위하거나 비슷한 사업 영역에 있을 필요도 없다. 자회사의 상장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또는 모회사 일반주주와 자회사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이를 모두 중복상장으로 본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중복상장은 기업의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자회사의 사업에 투자가 필요한데도 자신의 자금은 투입하지 않은 채 외부 자금만 손쉽게 끌어모으는, 이른바 ‘손 안대고 코 푸는’ 방식이다.

반면 모회사의 일반주주는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함께 향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투자한 모회사 주가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즉 지배주주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책임은 소액주주들에게 분산하는 수단이 된 셈이다.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다른 나라에 견줘 매우 높다. 16일 세미나에서 발표된 나현승 고려대학교 교수의 ‘중복상장의 현황 및 규제 시사점’ 자료를 보면, 국내 중복상장 비율(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의 시장가치 ÷ 전체 시가총액)은 18%에 이른다. 일본은 4.38%, 대만은 3.18%, 중국은 1.98%, 미국은 0.35%에 그친다. 

지난해 이뤄진 상법 개정은 중복상장에 대한 인식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회사에 대한 법적행동에 나서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예외적 허용’의 구멍은 얼마나 클 것인가

현재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라는 큰 방향에는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건은 정부가 새로 만드는 규정에서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될 것 같다.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는 재계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기업공개(IPO)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핵심 자금조달 수단”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상장을 막는 것은 기업 밸류업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벤처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수합병(M&A) 후 상장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 등 자본집약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한 국가전략산업 등의 경우 중복상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그 근거로, 벤처캐피탈(VC)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중견·대기업이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키워 자회사 형태로 상장하는 방식이 중요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든다. 아울러 국가 전략산업의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이 지속해서 필요하므로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설계 과정에서 예외를 다양하게 인정할 경우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크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제도화되는 중복상장 금지 규정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외가 되는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그 기준에 충족하더라도 꼼꼼하고 투명한 심사를 거쳐야만 중복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즉 벤처기업이나 국가 전략산업 등 예외적 허용의 대상이 되더라도 △상장 목적의 정당성이 입증되고 △모회사와 자회사의 사업과 경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모회사와 자회사 간 내부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내이사 겸직 금지 등을 통해 이사회를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중복상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기존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보호조치도 선행돼야 한다.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거나 신주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상장 후 모회사와 자회사 간 부당 내부거래나 이사회 독립성 훼손 등이 발생할 경우 과징금,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이 이어지는 강력한 사후 페널티 조항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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