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파마리서치 창업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바로 정래승씨(1988년생)와 정유진씨(1991년생)다. 두 사람은 현재 파마리서치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딸인 정유진 이사가 임기 종료로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유력한 승계 후보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승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마리서치 2세인 정래승 이사(왼쪽)와 정유진 이사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오는 27일 강원도 강릉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시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한다.
현재 파마리서치 이사회 이사의 수는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9명이다. 이 중 임기가 만료된 정유진 이사와 서동철 사외이사 등 2명이 물러나고 김마이클제임스 사내이사, 로만 밀리친 사외이사, 강성욱 사외이사 등 3명이 선임될 예정이다. 안건이 부결 없이 처리된다면 이사의 수는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다.
◆ 정유진 이사회 이탈로 승계구도 변화
눈길은 정유진 이사의 행보로 쏠린다.
정유진 이사는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따고 존슨앤존슨과 대웅제약을 거쳐 2020년 파마리서치에 입사했다. 개발부에서 일하다가 2022년 미국법인(Pharmaresearch USA, Inc.) 법인장을 맡게 됐고 2023년 파마리서치 이사회에도 진입했다.
정유진 이사의 오빠인 정래승 이사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금융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7년 개인회사인 픽셀리티를 설립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5년 3월 파마리서치에 합류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렇듯 정유진 이사의 입사는 오빠인 정래승 이사보다 5년이나 빨랐고 이사회 진입도 2년 앞섰다. 경영수업을 먼저 받았을 뿐 아니라 지분도 미세하게나마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정유진 이사는 1만71주(0.09%), 정래승 이사는 1만 주(0.09%)를 각각 들고 있다.
정유진 이사가 연임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정 이사는 미국에서 가정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때문에 앞으로 미국 법인장을 맡으며 미주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여겨진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향후 정유진 이사의 역할에 대해 묻는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현재로선 정확히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파마리서치의 기존 승계구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계 후보로서 더 일찍 주목받은 장녀 대신 장남에게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작년 이후 정래승 이사가 회사에서 투자 전략 수립과 인수합병(M&A)을 맡는 등 역할을 확대하면서 승계구도가 장남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마이클 전무, 메디컬 전략 지휘 중책
새로 사내이사에 선임될 김마이클 전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출신의 피부과 전문의다. 2025년 초 파마리서치에 합류해 메디컬전략본부장(미등기)으로 일해 왔다.
현 사내이사 각각의 역할을 감안할 때 김마이클 전무는 이사회에서 정유진 이사가 가졌던 의료 분야 전문성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내이사는 창업주인 정상수 의장, 해외사업 전문가인 손지훈 대표, 투자전략을 맡는 정래승 이사, 약학박사인 정유진 이사로 구성돼 있다.
회사 쪽은 “김마이클 전무는 피부과 전문의로서 메디컬 분야와 관련 학회 활동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메디컬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며 회사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새로 사외이사에 선임될 예정인 로만 밀리친(Roman Militsin) 후보자와 강성욱 후보자는 각각 글로벌 비즈니스, 조직 운영 및 전략 전문가다. 모두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강성욱 후보자는 GE헬스케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을 지내며 헬스케어 사업을 지휘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기존 사외이사인 정원용 이사, 이상용 이사와 호흡을 맞춰나가게 된다. 정원용 이사는 공인회계사, 이상용 이사는 변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