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5년 9월9일 공포된 뒤 2026년 3월10일 본격 시행됐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직접 교섭권을 확대하고,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한 데 있다.
AI로 제작한 노란봉투. ⓒ허프포스트코리아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협상력이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 지배·관리력'을 사용자성 판단 기준으로 삼아 하청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를테면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안전 등 핵심 현안을 '진짜 사장'과 협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을 맞아 노동계 내부에서도 대응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두 노선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 원청 교섭 중심 ‘공세 전략’
민주노총이 3월5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청교섭투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일단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 교섭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6일 노란봉투법 공포 이후 첫 공식 대응으로 하청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원청과 하청노조 대표 1곳만 교섭하도록 제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두고 ‘법 취지 훼손’이라며 시행령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지난 3월4일 약 40여 개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교섭 대응팀을 구성하고, 각 산별 하청 노조들과 연계한 교섭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압박 투쟁이나 파업 등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교섭 압박을 높이고 있다. 원청 기업에는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동시에, 하청 사용자에게도 별도의 교섭 공문을 보내 협상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원청교섭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교섭 요구 공문 사전 발송, 정책 협약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월15일에는 원청 교섭 촉구와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등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노총 : 갈등 최소화 ‘현실 대응 전략’
한국노총 입구. ⓒ연합뉴스TV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공격적 원청교섭과는 달리 ‘현실적 대응과 노사협력’ 중심의 보수적 전략을 채택했다.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 입법이 가시화됐던 지난해 7월21일 노조법 제2·3조 개정 대응 TF를 발족했다. 이와함께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 등 노동권을 일정 부분 강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공격적인 원청 교섭보다는 현실적인 협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단위 또는 초기업 교섭 구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협상 틀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한 한국노총은 '원청 교섭 실행 7단계 로드맵'으로 ▲원청 영향력 조사 ▲교섭의제 설정 ▲사용자성 입증자료 확보 ▲원청 교섭 요구 ▲교섭구조 선택 ▲교섭 결렬 시 대응 ▲쟁의 및 압박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경 투쟁 vs 실리 전략...노동계의 갈림길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연합뉴스
현재 양대 노조의 두 노선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노총의 강경 노선은 단기적으로는 원청 교섭을 현실화하고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조합원 피로도 증가와 조직 이탈이라는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조합원 수 감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서는 노조 조합원 수가 약 8천 명 감소해 약 107만 명 수준에서 100만 명 초반대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의 실리 중심 전략은 급격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2020년 한국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줬는데, 2022년 2만명대에서 2023년 7만명대로 벌어진 상태에서 2024년 말 기준에는 12만명대로 격차가 더 확대됐다.
정치 쟁점으로도 번지는 노란봉투법
국회가 2023년 11월 9일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하고 있다. ⓒ국회
노란봉투법은 노동 현장을 넘어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6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 법은 여야 간 주요 공방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 비판하며 기업 활동 위축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27일 송언석 원내대표를 대표 발의자로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은 후속 제도 정비와 명확한 해석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노동권 강화의 성과’로 내세우며 노동 정책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될 경우 노동 현장의 갈등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청과 하청 간 교섭 책임을 둘러싼 법적 해석과 적용 범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은 한국 노동시장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 셈이다. 노동계가 강경 투쟁과 실리 전략으로 나선 상황에서, 노동봉투법이 새로운 노동시장 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