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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좌), 지난해 SPC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여성노동단체 회원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좌), ㄱ씨가 학교 건의함에 올린 건의문(우측 상단), 지난해 SPC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우측 하단). ⓒAdobe Stock, ㄱ씨 제공, 한겨레 김혜윤 기자

“매점에 있는 빵 사먹는 건 각자 선택할 일이지만, 학교에서 하는 이벤트는 개인이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돈으로 학생들을 위해 하는 거니까…. 저처럼 혹시 또 불편한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경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생이 ‘학교 급식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난) 에스피씨(SPC)를 불매하자’는 건의로 급식이 바뀐 사례가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 쪽은 학생의 불매 운동 건의에 대한 판단을 위해 에스피엘(SPL)과 파리바게트에 문의했지만 적절한 답변을 받지 못해 끝내 급식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그룹 사옥 앞에서 에스피엘(SPL) 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에스피씨 제품 불매의 뜻을 밝히며 계열사 로고들이 인쇄된 종이를 찢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그룹 사옥 앞에서 에스피엘(SPL) 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에스피씨 제품 불매의 뜻을 밝히며 계열사 로고들이 인쇄된 종이를 찢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ㄱ양은 지난 6월 말 학교 급식 건의함에 ‘급식소에서 나눠주는 아이스크림이 배스킨라빈스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로 시작하는 건의문 하나를 넣었다. 학교가 간식을 제공하는데, 해당 간식이 에스피씨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생산하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ㄱ양은 건의문에서 “지난 10월 에스피씨그룹 계열사 에스피엘(SPL)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에스피엘 공장에서는 이전부터 끼임 사고가 있었지만 에스피씨그룹은 이를 무시한 채 노동자들의 노동을 이어왔다’”며 “에스피씨그룹엔 배스킨라빈스도 포함된다. 불매를 강요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공적으로 무언가 하는 자리에서는 에스피씨그룹같은 블랙기업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ㄱ양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전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을 때부터 불매를 해왔다”며 “학교 매점에 삼립이 들어와 있는데, 그것에 대한 건의를 할까 고민했지만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기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간식 이벤트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오랜 고민 끝에 건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ㄱ양 건의에 따라 학생회 차원의 전교생 설문조사를 벌였다. 기존 계획대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제공할지 다른 업체의 구슬아이스크림을 제공할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교생의 78.7%가 구슬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ㄱ씨가 학교 건의함에 올린 건의문 전문. ㄱ씨 제공
ㄱ씨가 학교 건의함에 올린 건의문 전문. ㄱ씨 제공

이후 급식실에서는 ‘불매 운동’ 중단 관련 판단을 위해 에스피씨 쪽에 문의를 했지만 적절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급식소 공지문을 보면 “에스피씨 불매운동과 관련해 건의가 들어왔을 때,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적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매운동으로 기업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 에스피엘과 파리바게트에 문의를 했다”며 “에스피엘은 파리바게트에 물어보라고 했고, 파리바게트는 회사 홈페이지 ‘파바의 약속’을 참고하라고 했지만 거기에는 경영진들이 안전관련 교육 받는 사진이 전부였다. 더 구체적인 대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교 급식소 쪽 공지문. ㄱ씨 제공
학교 급식소 쪽 공지문. ㄱ씨 제공

ㄱ양은 “불편함을 내비치는 친구도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80%에 가까운 동의가 나와서 놀랐다”며 “학교 쪽이 건의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준 점도 그렇고, 말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ㄱ양은 최근 샤니 제빵공장에서 비슷한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관련 “건의를 한 게 잘못된 일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며 “그때 그런 건의를 안 했다면 죄책감이 더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스피엘 공장 끼임 사망사고 10개월 만인 지난 8일 에스피씨 계열 샤니의 경기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에서는 다시 한번 에스피씨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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