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장비 반출이 막힌 데 이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마저 자신의 사무공간이 있는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출입 통제는 체육계 수장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12일째 접어들게 되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일반 시민과 선수, 체육단체 직원 등을 상대로 출입을 막고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사적 검문 논란이 이어지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막혀있다(왼쪽).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민의힘 중재로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들이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로 막혀있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장 시위대의 반발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16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김민수 최고위원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애초 체육단체별로 2명씩 순차적으로 경기장 내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 물품을 가져오고, 이 과정에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동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부 시위 참가자가 이를 거부하며 통로로 지정된 2-1 게이트 앞을 막아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출입문 봉쇄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장비 반출이 어려워지자 결국 개인적으로 장비를 조달한 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앞서 대한체육회와 71개 회원종목단체는 지난 15일 공동으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체육인들은 이번 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권익과 대한민국 체육의 공공기능이 더 이상 침해되지 않도록 체육행정 공간에 대한 출입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즉각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막혀있다. 왼쪽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사적 검문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있다. 지난 8일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인 여자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에게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일반 강요가 아닌 특수강요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중의 위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일반강요 혐의가 아닌 특수강요를 적용했다"며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경찰관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행위는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행위를 비판했다. 정 장관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조롱하며, 사적으로 검문하거나 제재를 가할 권리까지 함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올림픽공원에서 일부 인원들이 경찰과 일반 시민, 기자, 체육회 직원과 선수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차별적인 사적 검문과 위협, 사실상의 감금과 근거 없는 중국인 몰이, 업무방해 행위는 모두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현행범으로 처벌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어 "참정권 침해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빌미로 일부가 저지르고 있는 이런 도 넘는 일탈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기소 및 처벌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한 집회 참가자에게 막혀있다. ⓒ연합뉴스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지만, 체육단체 직원과 선수들의 출입을 막거나 신체·소지품 검사를 요구하는 행위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법적 권한이 없는 개인이 타인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시도하는 행위가 타인의 기본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