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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욱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부산 또래살인' 피의자 정유정. ⓒ유튜브 채널 '사건사고TV'/뉴스1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부산 또래살인' 피의자 정유정. ⓒ유튜브 채널 '사건사고TV'/뉴스1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또래 살인’ 정유정(23)의 얼굴이 공개됐습니다. 실제 얼굴은 아니고 신분증에 나온 얼굴 사진이 언론에 나온 것이죠. 그러자 ‘우리는 왜 미국처럼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하지 않냐’ ‘경찰서 포토라인에서 피의자 얼굴을 드러내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부작용은 없을까요?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체포된 피의자가 이름표와 수인번호를 들고 촬영하는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강동욱 교수: 신상공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머그샷을 공개하는 게 낫겠죠.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면 누군 얼마 전 얼굴인데 누구는 10년 전 얼굴이 나오잖아요. 동일한 기준으로 공개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피의자 신상공개를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절차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먼저 공개 찬성 쪽에선 ‘국민의 알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알아야 할 건 피의자의 얼굴이나 이름이 아닙니다. 어차피 감옥에서 수십 년 살거나 평생 못 나올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보다 이 사람이 어떤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알리는 게 필요하죠. 그래야 조심하고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The 2]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있지 않을까요?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강동욱 교수: 조선 시대 이전 오래전부터 사형제가 존재했잖아요. 그런데 살인이나 흉악범죄가 없어졌나요? 그렇지 않죠. 하물며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한다고 범죄가 줄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범죄 사실이 확정된 범죄자가 아닌데도 마치 죄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합니다. 재판도 3번을 하잖아요. 혹시나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법원이 오판해 수십년 후에 재심으로 무죄 받는 사건이 나옵니다. 그런데 초동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 정도 나왔는데 신상을 공개한다? 맞지 않죠. 정말 신상공개가 필요하다면 형이 확정된 후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하자는 거예요. 급하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The 3] 미국, 프랑스, 영국 같은 주요국들도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잖아요.

강동욱 교수: 이런 나라들을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피의자의 인권보호란 면에서 우리보다 후진적이에요. 이 나라들은 치안이 우리나라보다 좋지 않아요. 검거율도 우리보다 낮고요. 그러니 엄벌해서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을 펴는 거예요. 하지만 형법 교과서를 보더라도 엄벌보단 범죄자의 개선과 교화가 더 효과적인 범죄 예방 방법이라고 나옵니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사회에서 매장해서 사회 복귀를 더 어렵게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The 4] 신상공개를 해야 한단 여론이 높습니다. 무조건 제도를 없애는 게 옳을까요?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얼굴을 가린 채 검찰로 송치되는 정유정(23) ⓒ뉴스1
(기사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얼굴을 가린 채 검찰로 송치되는 정유정(23) ⓒ뉴스1

강동욱 교수: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주목받는 사건의 피의자를 공개한다고 하면 당연히 뉴스 주목도가 높아질 거 아니에요. 실제로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2009년), 여중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길태(2010년)의 신상은 수사기관이 공개를 안 했는데, 언론이 나서서 해버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중들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야 피의자 얼굴을 궁금하잖아요. 잠깐의 요구에 휩쓸려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버리기엔, 인권 침해가 심각하고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인권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의 인권도 지켜주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을 같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The 5] 지금 제도를 개선할 방법은요?

강동욱 교수: 일단 신상공개를 심의하는 지방경찰청 위원회(심의위)에서 경찰 쪽 위원 3명이 빠져야 합니다. 재판에서 수사기관은 한쪽 당사자이지 심판이 아니에요. 그러니 경찰은 심의위에 와서 브리핑 정도만 하라는 거에요. 피의자 쪽에도 반론권을 꼭 줘야 합니다. 피의자 변호사들이 공개 결정 전에 심의위에 와서 피의자를 변론할 수 있어야죠. 아니면 영장 심사처럼 법원에 청구해서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 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신상공개 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적 제재가 정당한지 등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한겨레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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