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잃어버렸다. 2020년에 잃어버린 것이 그뿐이겠냐만 올여름은 좀 아프다. 50일 넘게 내린 비로 전국이 흠뻑 젖어버렸고, 그 여파는 여전하다. ‘이것만 끝나면’이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이 끝나고 내년 여름을 기약하며 쓰는 후기다. 최악의 더위를 예상하며 샀던 데오드란트와 산뜻한 허브향이 나는 샤워 제품 세트, 여름을 무탈하게 보낸다는 의미의 알록달록 부채, 마지막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구매한 제주항공 프리패스 항공권이다.
What. 후기만 600개, 크리스탈 데오드란트
Who. 마켓컬리
Q. 구매 계기 여름철 횡단보도에서 팔을 위아래로 팔랑팔랑 휘젓고 걷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다. 누구나 겨드랑이를 자유롭게 벌릴 수 있는 합법적 시간이기 때문에 걸을 때 팔을 앞뒤로만 휘젓는 보송이들은 절대 모르는 땀순이들의 비밀스러운 시간이랄까. 구구절절 애환을 말하면 위로랍시고 ‘노폐물 배출에 좋겠다’는 보송이들에게 욕 한 바가지 하고 싶을 때도 있으나 타고난 체질을 바꿀 수 있나. 이에 매년 준비하는 것이 바로, 데오드란트다.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라는 기사가 줄줄이 뜨기에 예의를 갖춰야겠다고 마음먹던 차였다. 때마침 마켓 컬리에 제품 광고가 떴고, 보자마자 구매해버렸다.
Q. 현혹 포인트 모양이 굉장히 독특한데, 미네랄 ‘소금’으로 만들어진 데오드란트라서다. 색과 향은 물론 끈적임이나 묻어남이 없다는 설명이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Q. 후기 ‘이 하얗고 딱딱한 것이 소금인가?’ 물론, 맹세코 맛은 보지 않았다. 일단 데오드란트는 7월~8월 사이에만 바짝 쓰기 때문에 사용 횟수가 적어 제품 하나를 1년에 소진하기 어렵다. 게다가 롤온 타입은 1년 이상 연속으로 사용하기 찝찝해 롤온과 스틱, 스프레이 중에서 스틱과 스프레이 타입을 구매했다. 스틱 소금이라니 사용하고 말려두면 왠지 소독 효과가 있을 거라는 착각이 드는데, 많은 사람이 실제로 2~3년 동안 쓴다고 한다.
딱 뚜껑을 열면 마치 광석을 깎아놓은 듯 반질반질 빛이 나는데, 반드시 제품의 윗면에 물을 묻혀 사용하거나 샤워 후 젖은 피부에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 뭣 모르고 그냥 사용했다가는 발리지도 않고,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현타가 올 수 있다. 스프레이는 일반 제품처럼 편하게 뿌리면 된다. 다만, 무향인 데다 바른 느낌이 전혀 안 들어 더더욱 팍팍 뿌리게 되는데, 유해 물질이 없기에 예민한 겨드랑이에도 괜찮을 것이란 확신 덕분이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겨터파크가 개장할까 말까 고민중이라 땀 냄새가 나는 것인지 아닌지 시험해볼 길이 없다는 사실 뿐.
What. 리스테이(re-stay) 시리즈 (샴푸/컨디셔너/바디 클렌저)
Who. 서촌 한옥 숙소, 스테이 데이오프
Q. 구매 계기 지난 6월 충동구매에 썼던 서촌의 한옥 숙소 스테이 데이오프에 비치된 욕실 제품이었다. 손에 샴푸를 짜자마자 향이 너무 좋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몸과 머리를 말리고 나서도 은은하게 남은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찍어뒀다가 검색해 구매했다.
Q. 현혹 포인트 무조건 향! 보습과 기능은 제쳐두고 모든 욕실 제품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향’이다.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허브향에 마치 절 향과 같은 나무 내음이 섞여 있어 사용 후 마음이 편안해졌다.
Q. 후기 검색해보니 스테이 데이오프를 만든 건축회사 지랩(Z-lab)이 이니스프리와 협업해 만들었다. 이니스프리답게 제주에서 원재료를 공수하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 제품이 리필 상품이고 제품을 담는 리스펜서를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순환 경제에 동참할 수도 있다.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클렌저 그리고, 각각이 리스펜서 3개를 구입했다.
바디클렌저는 라벤다, 소나무, 시더우드로 만들어져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나무 냄새가 나는데, 샤워 후에도 욕실에서 부드러운 나무 냄새가 난다. 아주 미세한 호두껍질과 부드러운 쌀가루가 들어 있는데, 촉감으로는 감지가 안 되지만 데일리 각질 제거를 도와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샤워 직후 뻑뻑한 느낌이 있는데, 건조 후에는 오히려 살결이 보들보들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샴푸의 경우 레몬, 무화과, 파촐리를 배합한 것으로 숲속의 싱그러운 향이 난다. 무거운 향들을 배합했음에도 향이 가볍고 산뜻하며 드라이할 때까지도 향이 지속된다.
Q. 총평 향 덕분에 샤워 시간이 행복해져서 당분간 계속 사용할 예정
Q. 구매 이니스프리 온라인 전용관/ 리스테이 카밍 샴푸(18,000원/480mL), 리스테이 카밍 컨디셔너(18,000원/480mL), 리스테이 컴포팅 바디클렌저(20,000원/480mL), 리스테이 리-스펜서(6,000원/350mL)
What. 알록달록 부채
Who. TWL 인스타그램
Q. 구매 계기 TWL 인스타그램 피드에 제품 이미지가 떴다. ‘더는 개미지옥에 빠지지 않으리’ 다짐했기 때문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진 않았다. 원하던 패턴이 품절되기도 했고. 그런데 선물을 살 게 있어 TWL 매장에 들렀더니 품절됐다던 부채들이 아주 예쁘게 계산대 앞에 놓여있었다. 부채들이 ‘저를 가져가서 올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이 고약한 것들!’ 해서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Q. 현혹 포인트 스토리텔링의 힘. 우리나라에 단오를 시작으로 이웃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았는가? 여름을 시원하고 무탈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전통이라는데, 그 선물 내가 나한테 주기로 했다. 부채 하나 값으로는 꽤 상당하지만, 쌓아둔 포인트 1만 5천 점이 도와줬다.
Q. 후기 실제로 부채를 사용했을 때 좀 더 시원한 건 타원형 쪽이었다. 그렇지만 동그란 모양이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이즈 또한 컴팩트해서 기능보다 ‘美(미)’에 초점을 맞춰 동그란 부채로 샀다. 또, 한지의 특성상 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고 자유로운 파란색 패턴이 색달라서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남원최수봉부채공예연구회’에서 50여 년간 부채만 만든 부채의 장인이 직접 담양의 대나무를 손수 칼로 잘라 부챗살을 만들고, TWL의 수재 한지를 붙여 만들어진 제품으로 사용할 때마다 정성을 쓴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메리트다.
What. 제주항공-국제선 올 프리패스
Who. 허프포스트 기사
Q. 구매 계기 ”평일 국내선 편도 10회 13만원” 제주항공이 프리패스를 판매한다′ 지난 7월 8일 허프포스트에 업로드된 뉴스다. 제주도를 왕복 5회 가는데, 13만원에 불가하다니 클릭할 수밖에 없는 뉴스라 업로드되자마자 읽고 홀린 듯 구매해버렸다.
Q. 현혹 포인트 ‘태국 치앙마이를 가볼까’ 하던 올해의 계획을 내년으로 바꾸면, 4가지의 옵션 중 ‘국제선 올 프리패스 왕복 2회권’이 환상의 플랜이 된다. 49만 8천원에 국제선 2곳 방문이 가능한 항공권인데, 지난 1월 구입하려던 치앙마이 항공권 가격보다 싸다.
Q. 후기 ‘주말 사용, 수화물 포함, 일정 변경 1회 가능‘보다 중요했던 건 ‘미사용 패스 전액환불’ 사항이었다. 구매하자마자 고객센터에 문의해 전액 환불을 확인받았다. 이 여행의 관건은 우리 모두의 바람인 ‘코로나 종식‘과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인지 옵션 중 판매가 완료된 것은 ‘국내선 알뜰 프리패스권’ 하나밖에 없다. 코로나 여파가 지배적인 생각이더라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아직 6월 31일까지 취소는 이르니까.
Q. 총평 내년 이맘때에는 치앙마이 소비 후기를 쓰고 있기를 바란다. 모두의 바람이 이뤄졌다는 증거일 테니까.
Q. 구매 제주항공 프리패스 이벤트(이벤트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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