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엔터 3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가운데 JYP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사내이사인 가수 박진영이 돌연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AI로 제작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전 사내이사 은퇴식. ⓒ허프포스트코리아
JYP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박진영의 향후 행보를 두고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이자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로 남아 아티스트로서의 크리에이티브 활동과 후배 아티스트 육성, K-팝 산업 관련 대외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K-팝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박진영은 가수이자 방송인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그만큼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서 그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또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는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취약계층 아동 치료비 지원과 꾸준한 개인 기부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가 2022년 12월 9일 삼성서울병원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영은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0억 원씩 총 40억 원을 개인적으로 기부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 기부금은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국내 지역 거점 병원 5곳과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등에 전달됐으며 대부분 취약계층 소아·청소년의 치료비 지원과 재난 구호에 사용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박진영의 행보에 따라 2025년 ‘EDM(Every Dream Matters!: 세상의 모든 꿈은 소중하다)’ 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17억1400만 원을 기부했다. 2020년부터의 누적 기부액은 79억2천만 원으로, 이를 통해 3천 명이 넘는 국내외 아동들이 도움을 받았다.
박진영은 2024년 12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 JYP 본사에서 열린 취약계층 치료비 지원 기부금 전달식에서 기부의 배경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도 두 딸이 있는데 가끔 아파 병원에 가게 되면 마음이 참 먹먹했다”며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친다면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게 됐고, 그 계기로 치료비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예인이 아닌 기업 창립자이자 사내이사로 활약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2024년 9월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월드투어 콘서트 '도미네이트'(dominATE)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기부 활동 외에도 박진영은 사내이사로서 회사 경영과 사업 확장에서도 또 다른 역량을 보여왔다.
2011년부터 2026년까지 15년 동안 사내이사로 재임한 그는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총괄(CCO)로서 회사의 고성장과 글로벌 IP 확장을 주도했다. 특히 신인 아티스트 발굴과 함께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대규모 월드투어를 통해 공연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5년 7월 스트레이 키즈는 유럽 대형 스타디움에서 총 8회의 월드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또한 트와이스의 한국·일본·마카오에서 열린 여섯 번째 월드투어 12회 공연, 데이식스의 데뷔 10주년 월드투어 공연 등이 반영되며 역대 최대 공연 매출인 633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데이식스는 국내 밴드 최초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며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6년 세계 최고의 지속 가능 성장 기업(World’s Best Companies in Sustainable Growth 2026)’에서 전 세계 500개 기업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평가는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와 함께 성장률, 재무 안정성, 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선정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위에 올랐으며, 국내 기업 기준으로는 2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총점은 97.59점이다.
또한 2025년 11~12월을 기점으로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2026년 스트레이 키즈의 본격적인 월드투어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실적 반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중문화 정책 영역까지 영향력 확대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은 2025년 9월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장관급 인사에 해당하는 자리여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아 같은 해 10월1일 킨텍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대통령 또 참석했다.
박진영은 이 자리에서 ‘코첼라를 이길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K-팝 공연장을 기반으로 한 페스티벌 개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공연장 주변 편의시설 및 인프라 확충 ▲전 세계 7개 도시에 K컬처 플래그십 스토어 개설 ▲K컬처 행사 핫라인 운영을 통한 행사 지원 및 비상 대응 체계 구축 ▲지식재산권(IP) 글로벌 단속 강화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발표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현재 조직 인선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위원회는 하이브, SM, YG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를 포함한 민간 위원들과 함께 대중음악, 게임, 웹툰·애니메이션, 영화·영상, 라이프스타일, 투자, 정책 등 7개 분과로 나뉘어 구체적 정책 실현에 나선다.
특히 지식재산권 보호는 핵심 과제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액만 4465억 원(2023년 기준)으로, 콘텐트 전체 산업(영화, 드라마, 예능 등 영상 콘텐트 포함) 규모의 20.4%에 달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만 제대로 구축되더라도 K-콘텐트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