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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충동구매] 아이유를 따라 산 니트는 잘못이 없다

제가 문제입니다.

여행에 들떴던 자의 최후를 담은 반성문 비슷한 후기다. 방구석을 탈출한다는 기분에 젖어 온갖 것을 사들였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다. 택배 박스를 풀면서 떠오른 ‘반품‘이란 단어가 ‘정답’이었음을. 게다가 이 문제는 다, 다, 다음달의 나까지 고생시키며 연좌제로 묶여있으니 기쁨은 짧고 후회가 길어질 예정이다. 다만 형평성을 고려해 마음에 들었던 것과 아닌 것 2개씩을 골라봤다. 아이유를 따라 샀던 니트와 서촌의 한옥 숙소, 강민경이 광고하는 스티커 젤네일과 발볼 좁은 슬리퍼까지 총 4개의 구매 후기다.

What. 아이유 NEW 프로필 사진 속 그 옷, 루에브르 니트

Who. 아이유

다른 분들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위) 아이유 인스타그램, (아래) w컨셉, 루에브르 페이지 캡처

Q. 구매 계기 아이유가 바꾼 네이버 프로필 사진에서 봤다. 보기만 했다. ‘유애나‘로서 절대 그녀가 입은 옷을 탐내본 적이 없다. 그녀가 입은 옷을 따라 샀다간 양락 아저씨가 아이유 단발 머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너무 들떠서였을까. 푸쉬 알람으로 뜬 ‘아이유 착용’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클릭을 안 할 수 없었다. 어떤 옷인지만 보려고 했다. 팬으로서.

Q. 현혹 포인트 아이유 프로필 사진.

Q. 후기 반소매와 긴소매 중 긴 팔로 구입했다. 리브 조직으로 만든 니트는 작은 구멍이 난 얇은 소재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켜진 사무실에서 입기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긴소매를 산 것은 잘한 선택. 카디건처럼 걸칠 수 있어 여행 가서도 요긴하게 썼다. 하지만 색상이 문제였다. 아이보리보다 버터 색에 가까워 황달이 뜬 것처럼 얼굴에 은은한 노란끼가 돈다. 사진 속 아이유의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후기 중 밝은 아이보리색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있는데 쿨톤이라면, 넘어가서는 안 된다. 얼굴이 흙빛이 될 수 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팔뚝이 얇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피부색과 매우 흡사해서 멀리서 봤을 때 아무것도 안 입은 어좁이처럼 보일 수 있다. 그게 나였고.

여러분 이것이 착샷의 세계입니까? 핫핫핫...
여러분 이것이 착샷의 세계입니까? 핫핫핫... ⓒ정면은 어좁이라고 측면으로 찍어준 친구 소장

Q. 총평 아이유가 예뻐서 옷도 예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은데, 후기 보니까 만족도가 상당하다.

 
 

What. 서촌 한옥 숙소, 스테이 데이오프”

Who. 공간·숙소 플랫폼, 스테이폴리오

사진보다 더 좋았다.
사진보다 더 좋았다. ⓒ(위) 스테이폴리오 인스타그램 캡처, (아래) 스테이 데이오프 홈페이지

Q. 구매 계기 위기의식에 지배당한 자. 공간·숙소 플랫폼인 스테이폴리오가 새로운 한옥 숙소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최근 인기인 서촌의 한옥 숙소인 ‘누와’도 우물쭈물하는 사이 6개월을 기다려야 했기에 보자마자 예약해버렸다.

Q. 현혹 포인트 서촌의 한옥이라는 그 자체. 부암동, 평창동, 성북동 등 궁궐 근처를 배회하며 살았던 나의 꿈은 서촌의 작은 한옥에 사는 거다.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외부의 시선과 차단된 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삶. 그래서 틈날 때마다 한옥 숙박을 즐기는데, 강릉에서 돌아오는 당일에 딱 1박이 남아있길래 예약해버렸다.

Q. 후기 감각의 노예는 1차 시각, 2차 후각 공격을 당한 뒤 이 집에서 살고 싶어졌다. 대문을 열면 우선 왼편에 사우나와 욕탕이 있는 별채가 보이고 그 뒤로 작은 마당이 펼쳐진다. 특히 기다란 툇마루가 이 작은 뜰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조경에 신경 쓴 태가 난다. 적절히 배치된 조명과 식물로 인해 공간이 답답해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밖과는 차단된 세계라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곳곳이 사진 스팟! 하지만 누워 있느라 찍은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곳곳이 사진 스팟! 하지만 누워 있느라 찍은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일단 그렇게 뜰 구경에만 수분을 소요하고 난 뒤 집안으로 들어서면 완벽한 K.O 패를 당한 기분에 휩싸인다. 문을 열면 에어컨의 찬 바람과 함께 시원한 숲 향이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데,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온몸을 휩싸면 기분 좋은 간지러움까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짐을 풀고 한밤 야외 반식욕을 할 때는 궁궐에 살았던 왕 못지않은 호사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Q. 총평 미각을 충족시켜준 배달의 민족이 있어 모든 감각이 만족스러웠다.

Q. 구매 스테이폴리오(250,000원~300,000원), 스테이 데이오프 홈페이지

 

What. 강민경 네일을 재현한 데싱디바, 글로스 마이컬러-올리브"

Who. 강민경

쉽고 간편하고 예쁘다-
쉽고 간편하고 예쁘다- ⓒ(위) 강민경 인스타그램, (아래) 데싱디바 상세 페이지 캡처

Q. 구매 계기 지난 몇 달 간 네일숍에 가지 못해서 혼자 매니큐어를 바르느라 낑낑대며 애를 썼었다. 그러다 강민경이 떵손도 할 수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후기 사진을 올렸기에 속는 셈 치고 사봤다.

Q. 현혹 포인트 자연스러움. 오래전에 ‘인조 손톱 스티커’를 붙여보고 아프고 티가 나서 스티커는 절대 구매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가 한 것을 보니 웬걸, 문방구에서 팔던 스티커 네일을 상상하던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Q. 후기 가성비를 생각 안 할 수 없다. 젤네일을 하면 기본 5만 원을 넘어가는데 이건 8,000원이면 2~3회까지 할 수 있다. 기본 단가가 저렴하니 색상도 여러 개 골라서 기분과 옷에 따라서 매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리트.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 사실 네일숍에서 보내는 시간이 ‘힐링’에서 ‘아까움’으로 변한 지 오래였는데, 10분이면 케어까지 마무리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포토샵 하지 않은 날 것의 사진! 하지만 조명에 따라서 색감이 달라보일 수 있습니다.
포토샵 하지 않은 날 것의 사진! 하지만 조명에 따라서 색감이 달라보일 수 있습니다.
 

Q. 총평 지인들은 스티커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Q. 구매   글로스 마이컬러-올리브(6,200원/세일중)

 

What. 포인트 아이템이 되는 무드나잇, 주드 스티치 슬라이드 슬리퍼”

Who. 위즈위드 푸쉬 알람

칼 발이 부러워.
칼 발이 부러워. ⓒ(위) 위즈위드 무드나잇 기획 전, (아래) 무드나잇 상세페이지 캡처

Q. 구매 계기 바캉스 룩에 알맞은 샌들이 필요하던 차에 위즈위드가 푸쉬 알람으로 ‘여름 샌들’ 기획을 보내왔다.

Q. 현혹 포인트 세상 무서운 알고리즘. 한 번 봤을 뿐인데 일주일 내내 인터넷 페이지에 슬리퍼가 따라다녔다. 눈에 띄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Q. 후기 무난하고 편한 스타일에 ‘스티치’가 은근한 포인트가 된다. 다만 발볼이 좁은 것이 흠. 판매자도 한 사이즈 크게 사는 것을 추천해 한 치수를 크게 샀는데도 발볼이 넓지 않다. 여행 가서 고생하지 않기 위해 볼을 넓히는 제골기를 3일이나 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발뒤꿈치가 신발 뒤로 삐쭉하고 입을 내밀어서 신발을 발볼에 걸친 채로 돌아다녔다. 그 뒤로 3~4번 정도 더 신으니 확실히 가죽이 늘어나서 이제 신기가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예쁜 리얼 가죽 샌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발볼 좁은 이들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이 될 듯하다.

발뒤꿈치가 튀어나온 것이 부끄러웠는지 착용 사진이 하나도 없어 후기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아주 예쁩니다!
발뒤꿈치가 튀어나온 것이 부끄러웠는지 착용 사진이 하나도 없어 후기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아주 예쁩니다! ⓒ위즈위드 무드나잇 무드나잇 상품평 캡처

Q. 총평 발볼이 넓다면 남산골 딸깍발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Q. 구매   무드나잇 주드 스티치 슬라이드(8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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