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와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지폐에 삽입된 역사적 인물 초상화를 야생동물 이미지로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로 가상의 동물이 새겨진 영국의 새로운 지폐. ⓒ허프포스트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발행될 영국의 새 지폐에는 윈스턴 처칠 등 역사적 인물 대신 동물, 식물, 자연 경관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이미지가 담길 예정이다. 이번 디자인 개념 변경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윈스턴 처칠이 새겨진 5파운드 뒷면. ⓒ영란은행
영란은행이 2025년 7월 영국인 4만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중복 응답)에서 응답자의 60%가 가장 선호하는 주제로 ‘자연’을 꼽았다. 이어 ‘건축 및 랜드마크’가 56%로 두 번째로 많았고, ‘주목할 만한 역사적 인물’(38%), ‘예술·문화·스포츠’(30%), ‘혁신’(23%)이 뒤를 이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영국 지폐의 뒷면에는 과학·문화·정치 등 각 분야에 기여한 저명 인사들이 등장해 왔다. 현재 유통되는 지폐에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비롯해 소설가 제인 오스틴, 화가 J. M. W. 터너, 수학자 앨런 튜링 등의 초상이 담겨 있다.
역사적 인물을 전면에서 제외하고 자연을 중심으로 재구성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영국 지폐 디자인 역사에서 파격적 변화로 평가된다. 다만 지폐 앞면에 들어간 찰스 3세 국왕의 초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새 지폐에 등장할 후보로는 고슴도치, 오소리, 붉은여우, 제비, 수달, 다람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란은행은 아직 정확한 종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축이나 애완동물은 제외하고 순수한 야생동물만 채택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영국 외 다른 지구촌 국가의 지폐들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이 파격적인 지폐 디자인 변경을 추진하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의 지폐도 특별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미국의 1달러 지폐에 '국부'로 일컬어지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화폐에는 각 나라의 위대한 정치인 초상이 담겨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2024년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점에서 새로 발행한 신권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2004년 이후 20년 만인 2024년부터 1천 엔, 5천 엔, 1만 엔 등 세 종류의 화폐를 새롭게 교체 발행하기 시작했다. 새 1만엔 지폐에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5천 엔 지폐에는 일본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자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가 담겼다. 1천 엔 지폐에는 면역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의 초상이 새겨졌다.
500 신대만 달러(위), 100 위안. ⓒ연합뉴스, 중화민국 중앙은행
중국의 경우 1위안부터 100위안까지 모든 지폐에 마오쩌둥의 단독 초상이 들어가 있다. 반면 대만의 신대만 달러는 중국 본토와 차별화된 구성을 보인다. 저액권에는 쑨원, 장제스 등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지만, 중·고액권 지폐에는 ‘야구 선수들’이나 ‘공부하는 초등학생들’처럼 미래 세대와 교육을 상징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2016년 리뉴얼 된 스위스 화폐 프랑. ⓒ스위스 국립은행
아예 지폐에서 인물을 완전히 배제한 독특한 사례도 있다. 2016년 새롭게 디자인된 스위스 프랑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물 초상이 없는 지폐로, 사람의 ‘손 동작’을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지폐는 세로형으로 제작됐으며 10프랑부터 1천 프랑까지 각각 시간, 빛, 바람, 물, 물질, 언어를 상징하는 테마가 담겨 있다. 또한 액면가가 높아질수록 지폐의 세로 길이가 길어지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지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각 나라가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 가치,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