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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는 창업주인 고 유일한(1895~1971) 박사가 1926년 12월10일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그간의 발자취를 기록하기 위한 사료 수집 캠페인을 펼치고 기념 슬로건과 엠블럼을 공개하는 등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00년의 역사 동안 유한양행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보인 모범적인 행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유와 경영이 완벽하게 분리된 모범적인 지배구조가 주는 울림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지난 2024년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내부갈등을 겪었다. 당시 유한양행은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서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정관 조항을 수정해, 회장과 부회장을 추가하고 ‘이사 중에서’를 삭제했다. 그 명분은 외부 인재 유치를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주인 없는 회사’인 유한양행에 ‘오너’ 자리를 만든다는 의도로 읽혔고, 특정 인사나 파벌에 의한 사유화 우려도 제기됐다. 이는 다시 유한양행의 지배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허프 생각] '유한양행식 지배구조'란 말에 담긴 100년의 무게, '회장직'이 초래한 오해 풀어낼 '100년 업력' 기대한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설립한 유한재단(15.93%)과 교육사업을 하는 유한학원(7.46%)이 대주주로 있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이윤이 공익재단으로 그대로 환원되는 구조다. 

공익재단은 창업주의 철학과 소유·경영의 분리 원칙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안전장치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유한양행은 유 박사가 은퇴하기 직전인 1969년 고안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내부 출신의 대표이사(CEO)가 경영을 책임지는 기업문화가 수십 년간 이어지며 정착됐다.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의 집단적 토론과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의 전통을 갖고 있다. 대표이사는 3년 임기로 1회 연임만 허용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임기가 정해진 CEO 중심 경영과 강력한 오너십 부재 때문에 책임경영 측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늘 따라다닌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 제시나 과감한 인수합병(M&A)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아니지만 가장 지속가능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오너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서 오너리스크의 대부분은 ‘승계’에서 비롯된다. 오너 일가 내부의 분쟁, 옥상옥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과다한 상속세와 같은 문제는 대체로 승계로부터 발생하고,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투명한 지배구조가 곧 기업가치로 직결되는 ‘ESG’의 시대에 유한양행의 모델은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이는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총수가 존재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영상 판단과 의사결정을 총수가 독점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의 집단적 의사결정 전통은 중요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2년 전 회장직 신설 논란은 회사의 이 같은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작은 균열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유한양행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내규를 손질하는 방법으로 회장의 장기집권 가능성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은 초임 대표이사만 선임될 수 있고 연임 중인 대표나 전임 대표는 선임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회장의 최대 임기도 자연스럽게 6년으로 제한된다. 

현재 유한양행의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현 조욱제 대표이사가 임기(연임)를 마치는 내년 3월 이후에야 신임 회장 선임이 가능하다. 물론 아무도 선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은 적잖은 논란을 낳았지만 즉각적으로 문제를 수정하는 과정 또한 역설적으로 유한양행의 ‘시스템’ 덕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아무쪼록 유한양행이 창업주의 뜻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그것은 어떤 권위 있는 존재를 설정하지 않고 그 대척점에서 구성원의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로 전통을 만들어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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