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15분께, 대전광역시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전산 시스템에 단절 없이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는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튄 게 화근이 됐다.
문제의 배터리는 2014년 8월 설치돼 보증기간 10년이 이미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산실에는 13명의 직원이 노후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었는데, 이때 불이 시작돼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진화 작업에는 장비 67대와 인원 227명이 투입됐다. 화재 발생 약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께 큰 불길을 잡은 소방당국은 오후 6시쯤 최종 완진에 성공했다. 화재가 발생한지 약 22시간 만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난 화재. ⓒ뉴스1
불을 잡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무인민원발급기와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등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는 이틀째 먹통이다. 이 중 436개는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로, 범정부 업무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과 공무원 업무용 행정내부망 서비스 211개도 가동을 멈췄다.
마비된 국정자원 전산망이 빠르게 복구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중화가 거론된다. 이중화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장소에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해 ‘쌍둥이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예비 시스템으로 전환돼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작업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있었던 2022년 10월, 강동석 당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3년 전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이중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국정자원 화재 현장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안부 장관. ⓒ뉴스1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DR(재난복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필요 최소한의 규모로 돼 있는 것도 있다. 어떤 형태는 저장만 돼 있고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이중화 장치는 갖췄으나 시스템이 셧다운되면 즉시 활용이 어렵다는 의미다.
각종 정보를 저장 및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는 특히 정부와 같이 중요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관은 단순히 백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곧바로 활용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정부는 재난복구시스템 기능을 수행할 공주센터를 건립해 지난해부터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진척이 늦어졌고,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는 복구 체계는 오직 사업의 방향성만 잡은 상태였다.
한편 정부 전산망이 불능 상태에 빠진 뒤 행정안전부는 국민이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민원 처리가 지연돼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 등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