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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증후군은 대표적인 염색체 이상 질환이지만, 부모가 염색체 이상을 가진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우연히 발생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난자가 만들어질 때 염색체가 동등하게 분배되지 못한 게 주원인이라고 한다. 

[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태아가 장애가 있을 때 의사와 산모의 고민 : 선택의 기로에서 의사는 괴롭다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다보면 태아가 장애를 가진 것을 알게 되더라도 최종적 결정을 어떻게 할지 산모와 함께 고민하게 된다. AI 이미지.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운 증후군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갈수록 임산부의 나이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다운 증후군 아이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보고된 다운 증후군의 출생 비율은 대략 1만 명당 약 5명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거나 심지어 소폭 감소하였다. 이는 분명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개입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 증후군'이 진단되면 대부분의 부부는 절망하며 임신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적인 차이가 다소 있긴 하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별난 건 아니라고 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신념이 있는 부모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음을 설명하는 건 늘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 들곤 했다. 

'장애인의 인권'이나 '생명의 소중함'을 운운하는 '올바른 말'은 그 상황에선 눈치 없는 소리밖에 안 된다. 산부인과 의사도 당사자가 아니므로, 결국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난한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산모는 다운 증후군 아기가 태어나자, 의사를 원망하며 소송을 건 적도 있었다. 1999년에 대법원까지 간 치열한 분쟁이었고, 이후 계속 인용되는 유명한 판례로 남아 있다(대법원 1999.6.11. 선고 98다22857 판결).

당시는 삼중표지자검사가 도입되기 시작하던 시기로 지금보다 기형아 검사의 정확도가 낮았다.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 증후군이 위험하다고 나와도 실제 다운 증후군은 아닐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반대의 경우도 드물게 발생했다.

산모는 친척의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아이가 정상인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 병원도 기형아 전문 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출생한 아기는 잔인한 운명의 장난처럼 산모가 그렇게나 걱정했던 다운 증후군이었다.

산모는 '태아가 기형아라면 낙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기형아를 태어나게 했다고 의사를 탓했다. 그리고 아이의 향후 치료비 및 양육비 상당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다운 증후군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데 낳게 했으니 아이 인생 전부를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병원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으므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다.

결과는 병원의 승리였다. 이 사건은 장애에 대한 인식, 낙태죄 문제 등 도덕, 법학, 철학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다.

"다운 증후군은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여 부모가 태아가 다운 증후군에 걸려 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태아를 적법하게 낙태할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부모의 적법한 낙태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그 가치의 무한함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인간 또는 인간이 되려고 하는 존재가 타인에 대하여 자신의 출생을 막아줄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장애를 갖고 출생한 것 자체를 인공임신중절로 출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법률적으로 손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그로 인하여 치료비 등 여러 가지 비용이 정상인에 비하여 더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그 장애 자체가 의사나 다른 누구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닌 이상 이를 선천적으로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아이 자신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시엔 낙태 금지법이 명시되어 있었다. "출생 후 생존 불가능한 선천 질환이 아니면 낙태할 수 없다"가 큰 틀이었는데, 다운 증후군은 생존할 수 있어서 낙태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시였다. 따라서 산모에겐 어차피 낙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또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을 낙태로 출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손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최대한 감정을 덜어낸 문장일 것이나, 필자는 판결문에서 영혼의 울림을 느꼈다. 이 판결문이 두고두고 회자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대외적으로는 이상론을 쉽게 말할 수 있으나, 진료실에선 산모와 어렵고 무거운 고민을 나눌 수밖에 없다.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후 초기 임신 중절이 일부 허용되니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젠 예전에 없었던 '선택의 기회'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이다.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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