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살인적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크고 강한 열돔이 유입되면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2026년 5월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갈아치워지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 폭염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가속화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이 유럽발 대기이상이 한반도의 폭우와 폭염을 촉발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폭염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이미지.
7일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 기상학적 기준으로 전례 없는 폭염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보건부는 일일 사망률 모니터링 시스템(MoMo)의 추정치를 인용해 2026년 5월 한 달동안 고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101명에 달한다고 6월3일 발표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시스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5월 한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보건부는 이 수치가 지난 10년 간 5월 평균 폭염 사망자 수의 3.6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보건부는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심한 폭염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도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파리를 포함한 96개 행정 구역 가운데 17개 구역에서는 5월27일을 기준으로 폭염경보 분류상 두 번째로 높은 '오렌지 폭염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당국은 5월26일 고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망자가 최소 7명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전하기도 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고기압 전선에 의해 열기가 갇히면서 평년 기온보다 최대 13도 높은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5월26일 런던 큐 가든의 기온은 35.1도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는 1922년 세워진 이 시기 최고기온인 32.8도를 가뿐히 넘어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티브 딕슨 영국 기상청 대변인은 미국 CNN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5월에 이따금 온난한 날씨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나타나는 이번 폭염의 원인은 북아프리카에서 발달한 고온 건조한 공기가 서유럽 상공의 강한 고기압에 갇혀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먼 스틸 UN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유럽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이례적 초여름 폭염은 기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잔혹한 경고다"며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이러한 폭염을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 유럽의 대기이상, 한반도로 향할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시민 ⓒ 로이터=연합뉴스
기후 전문가들은 유럽 폭염의 파장이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 상공에서 열돔이 형성됐다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대기의 파동에너지가 북극의 찬 공기를 동아시아 방향으로 밀어내고, 고온다습한 한반도의 여름 기류와 충돌하면 극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2025년 관측사상 초유의 시간당 152.2mm(9월7일 군산) 가량의 호우가 발생한 바 있다. 1년 내내 내릴 비의 10% 가량이 단 1시간 만에 쏟아졌다. 특히 2025년에는 시간당 100mm 넘는 비가 쏟아진 곳만 13곳에 달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2026년 여름(6~8월)에 한국에서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90%, 6~7월 강수량이 많을 확률은 80%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년 중반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경우, 이미 뜨거운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를 더 끌어올려 집중호우와 폭염이 동시에 극대화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5월 폭염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호우 및 폭염 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