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대형 크레인 5대가 쉼 없이 자재를 나르는 이곳은 LG유플러스가 야심차게 건설 중인 파주 AI 데이터센터(AIDC) 공사 현장이다.
5일 LG유플러스는 콘크리트 바닥이 채 굳지 않은 이 현장에 기자들을 불러 모아 차세대 AI 인프라 전략을 공개했다. 발표장이 아닌 건설 현장을 택한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5일 LG유플러스 파주 AIDC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 관계자가 건물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발표에 나선 안형균 엔터프라이즈AI사업그룹장(상무)이 꺼낸 첫 마디는 AI 시대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은 제 키만한 정도의 랙에 과거 CPU 기준으로 450개가 다 들어갑니다. 그 정도의 전력을 견뎌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어요."
GPU 시대로 넘어오면서 연산 밀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고, 그 발열을 감당하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사활을 건 문제가 됐다. 그가 짚은 또 하나의 변곡점은 AI 수요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월간 토큰 처리량이 단 1년 만에 50배, 또 1년 만에 67배 폭증한 숫자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파주 AIDC의 규모는 숫자만으로도 입이 벌어진다. 전체 연면적 15만2천㎡, 축구장 약 21.3배 면적에 전산동을 포함한 5개 동이 들어선다. 수전 용량은 200MW(메가와트). 엔비디아 블랙웰 GPU 기준으로 약 7만 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장 브리핑을 맡은 이우정 AIDC기술/운영담당은 이 수치가 "수도권 전체 인구가 동시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GPU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동과 부속동 공사가 한창이며, 내년 5월 준공이 목표다. 이미 1동은 '완판'이다. 시공사(자이 C&A) 관계자는 전산실이 들어설 3~5층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고 10월 말이면 전체 골조가 완료된다고 했다. 발 아래로는 냉각 장비가 들어설 1층 기계실 공사가 한창이었고, 상부 파이프랙은 70%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었다.
GPU 발열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냉각은 AIDC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파주 AIDC는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계됐다. 자체 실증 결과 액체냉각은 공기냉각 대비 에너지 효율이 약 24% 높았다. 건물 설계 단계부터 배관과 하중을 액체냉각에 맞춰 최적화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GPU를 식히기 위해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길 건너편에는 변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전력선은 이미 지하 9m 관로 공사까지 끝났다. LG유플러스가 작년 8월 전력영향평가를 통과해 수도권 유일의 200MW AIDC 전력을 확보한 것도 이 변전소 덕분이다.
전력이 들어오면 장비가 채워진다. 냉각 설비는 LG전자, 비상전력용 UPS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직류 배전 시스템은 LS일렉트릭과 공동 개발 중이다. LG그룹 계열사가 총집결한 '원(One) LG' 전략이다. 안 상무는 "현재 AI 인프라는 외산 점유율이 높지만, 파주 AIDC가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실증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현장이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아니라, K-AIDC의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한 이유다.
목표는 2030년까지 누적 수주 5조 원. 서버 공간을 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GPU·전력·냉각을 공장처럼 통합 운영하는 'AI 팩토리 오퍼레이터'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 역사는 1999년 논현센터에서 시작됐다. 인터넷 확산기에 국내 최초의 IDC를 열었고, 클라우드 시대에는 아시아 최대 고집적 데이터센터인 평촌1센터를 열었다. 그리고 지금, 파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안 상무는 "LG유플러스는 매번 시대가 바뀔 때마다 그 타이밍에 맞춰왔다"며 "AI 시대에도 인터넷 시대와 클라우드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백본(근간)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