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왼), 범행 현장에 119 구급대가 출동한 모습(오). ⓒ뉴스1, MBN 뉴스
대전 도심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이틀간 도주한 20대 남성 A씨가 범행 후 피해자의 장례식장까지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 “피해자가 나를 무시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전 10시 39분께 피해자의 빈소가 마련된 모 장례식장의 관계자로부터 “교제 폭력 살인사건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장례식장에 방문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해당 직원이 병원을 찾은 남성에게 관계를 묻자 ‘남자친구’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는 것.
이에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용의차량을 특정해 추적에 나섰고, 오전 11시 45분께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지하차도 부근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는 농약을 음독한 상태였다. 경찰은 A씨의 차량에서 자살 시도 도구와 구토 흔적 등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노상에 차가 서 있는데 운전자가 토를 하고 상태가 이상하다”는 신고가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A씨의 차량은 바퀴가 빠지고 타이어가 터진 상태였는데, 경찰은 A씨가 체포를 피하기 위해 인도 주행과 역주행 등 난폭운전을 하면서 차량이 파손됐다고 보고 있다.
A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체포 후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나를 무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내가 잘못했다, 내가 죽일 놈, 내가 나쁜 놈” 등의 자기 비하성 발언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현장에 119 구급대가 출동한 모습(오). ⓒMBN 뉴스
앞서 A씨는 지난 29일 오후 12시 8분쯤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노상에서 30대 여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과거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주거침입과 폭행, 소란 등을 이유로 112상황실에 4차례 신고된 바 있다.
A씨는 범행 후 미리 빌려둔 공유 차량과 오토바이, 렌터카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 공유 차량과 오토바이는 B씨 명의로 파악됐으며, 경찰은 A씨가 범행 전 흉기를 구매한 것으로 보고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음독을 시도했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다”며 “건강 상태가 호전되면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상정보 공개는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