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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배우에게 즉석 질문을 던지면 어떨까? 평소에는 낯간지러워 묻기 힘든, 예기치 못한 질문 말이다. <허프포스트>가 이런 상황을 직접 만들었다. 코너명은 '배우 vs 배우'. 배우가 배우를 서로 인터뷰하는 코너다. 매 회, 특정 키워드를 공유한 배우 두 명이 쌍방 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되, 질문은 사전에 공유되지 않는다. 인터뷰 현장에서야 질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 중인 이중옥, 박종환 배우 / '더 글로리' 이중옥 배우 출연 장면, '타인은 지옥이다' 박종환 배우 캐릭터 소개 스틸 ⓒ허프포스트, OCN
인터뷰 중인 이중옥, 박종환 배우 / '더 글로리' 이중옥 배우 출연 장면, '타인은 지옥이다' 박종환 배우 캐릭터 소개 스틸 ⓒ허프포스트, OCN

지난주에 이어 '배우 vs 배우', 제2막이 열렸다. '배우 vs 배우' 시리즈 2회차 키워드는 (한국영화의) ‘히든 카드’다. 이번 인터뷰는 문자 그대로, 한국영화가 가진 ‘비장의 수’에 해당하는 두 배우들과 함께 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종횡무진 하는 박종환, 이중옥은 과연 이 타이틀에 꼭 맞는 배우들이다. 8월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박종환 배우와 이중옥 배우를 만났다.

윤곽과 개성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둘은 사실 가까운 사이다. 이들은 인기를 모았던 OCN 드라마 시리즈, '타인은 지옥이다'로 만나 현재까지 우정을 쌓아오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를 반가워하는 두 배우에게 '히든 카드'라는 오늘의 키워드가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박종환과 이중옥은 “감사하고, 특히 둘이 함께 뭘 같이 하게 되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뷰하는 것조차 매우 쑥스러워하는 듯하지만 (둘은 정말 내성적이다), 두 배우 모두 연기 15년 차 (박종환 2009년 데뷔, 이중옥 2007년 데뷔)가 조금 못되거나 넘는 중견 배우다. 박종환은 서울예대 연출 전공으로, 이중옥은 연극으로 시작해 영화에 당도했다.

(왼쪽부터) 진행을 맡은 김효정 평론가, 서로를 인터뷰 중인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진행을 맡은 김효정 평론가, 서로를 인터뷰 중인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적 없었냐"는 질문에 두 배우가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쉽지 않은 대답 

연기를 시작한 후 이들은 한 번도 다른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그럼에도 이들에게 한 번쯤은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이중옥, 박종환 두 배우 모두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특히 박종환 배우는 요새 들어 더 이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내가 이 일을 먼저 떠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일이 날 떠난다면 모르겠지만요. 하면 할수록 더 즐거워요.” 이중옥 배우 역시 “안 되면 말아야지, 마지노선을 정해 놓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역시,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진리를 두 배우들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 순간이었다.

'더 글로리'에서 ‘스튜어디스 혜정이(차주영 배우)’의 약혼자 태욱을 연기한 이중옥 배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더 글로리'에서 ‘스튜어디스 혜정이(차주영 배우)’의 약혼자 태욱을 연기한 이중옥 배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새삼 알게 된 이중옥의 '성실함', 그가 연기하는 동력은 때때로 '복수심'

서로가 출연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서로를 향한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이중옥 배우는 언급했던 날짜 보다 훨씬 미리 질문지를 보내줘서 감동을 주기도 했다. 8개의 아주 짧은 질문을 굳이 파일로 만들어 보내준 면모에서는 그의 성실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애틋하게 서로를 위해 준비해 온 질문들의 첫 시작은 이중옥이 끊었다. 이중옥은 박종환에게 물었다. “박종환 배우는 어떤 장르의 연기가 좋은가?” 파일로 보내준 질문 치고 뻔한 질문이라고 놀려대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면 장르 영화보다 드라마 영화를 많이 해 온 박종환 배우에게 궁금한 점이기도 하다.

박종환은 생각 끝에 “복합 장르”라고 대답한다. “하나의 장르보다 여러가지 장르적 요소가 혼재해 있는 영화가 좋은 것 같아요. 액션이지만 코미디적 요소가 있는 영화랄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짓궂게. 서로를 인터뷰하는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짓궂게. 서로를 인터뷰하는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박종환이 이중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작품 활동의 동력이 어디서 오는지?”였다. 박종환의 질문도 딱히 재미있지는 않다며 이중옥이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중옥은 그럼에도 성의 있게, 그리고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동력은 여러가지이지만, 때로는 ‘복수심’이기도 하다. 특정 누군가를 생각하며 보란 듯이 잘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서’ 잘하고 싶기도 하다. 아내라던지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이중옥, 박종환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메인 포스터 ⓒOCN
이중옥, 박종환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메인 포스터 ⓒOCN

직관적 연기하는 박종환 "현장에서는 예측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

이어 이중옥이 박종환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박종환 배우는 상대방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까? 박종환은 “상대방이 어떨 것이라는 예측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 상대역에 맞추려고 노력을 한다기 보다 그 순간에 맞춰 흐르는 편”이라고 답했다.

박종환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여러 의견이 즉흥적으로 모여 뭔가를 같이 창조해 내는 순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독립영화를 경험했던 배우의 시선으로, (상업영화에서는 그렇게 못하지만) 독립영화 현장에서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나 설정을 같이 만들어 낼 때 큰 쾌감을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종환 배우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키위' 변득종&변득수 역할을 소화한 모습과 SBS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서울경찰청 총경 박현조 역할로 분한 모습 ⓒ'타인은 지옥이다' 및 '모범택시2' 스틸컷
박종환 배우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키위' 변득종&변득수 역할을 소화한 모습과 SBS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서울경찰청 총경 박현조 역할로 분한 모습 ⓒ'타인은 지옥이다' 및 '모범택시2' 스틸컷

이중옥이 주로 연기의 스타일에 관심을 보인다면 박종환은 작품의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종환은 중옥에게 “현장에서는 어떤 순간이 즐거운지” 물었다.

이중옥은 “열 씬을 찍었다고 했을 때, 사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두 번 정도”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만장일치로 (나를 포함해)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나오는 일은 흔지 않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왔을 때처럼 즐거운 순간은 없다”고 말하는 이중옥은 정말로 현장에 집중하는 배우라는 인상을 줬다.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뉴스1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뉴스1

"현장에서 어쩜 그렇게 차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중옥이 한 말

박종환 역시 이중옥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 언급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함께 작업을 해본 경험으로, 그리고 출연작들을 보았을 때 이중옥 배우는 촬영 직전, 촬영, 촬영 직후의 모습의 큰 차이 없이 늘 한결같다. 어떻게 그런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실제로 이중옥은 정말 차분한 성격을 가졌다. 웬만한 일에는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중옥은 영화를 할 때 주로 그렇고 사실 연극 같은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극 같은 경우 한달 이상의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저히 캐릭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에서는 최대한 (나와 다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연극은 최대한 준비한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좌중을 폭소케 한 두 배우의 티키타카

연기와 영화 관련 주제에 집중하던 이중옥은 드디어 박종환에게 드디어 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중옥과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가? 만나고 싶다면 어떤 장르에서 어떤 배역으로 만나고 싶은지?”

이중옥이 제출한 질문들 중 가장 길고, 활력이 넘치는, 그리고 그의 사심이 보이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중옥은 아마 이 질문을 애초부터 가장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농반진반으로 박종환은 “(형과 내가 맡은) 두 캐릭터가 독립된 공간에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연기를 하는 작품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동감'에서 김하늘과 유지태 캐릭터를 떠올리면 되리라. 사실상 촬영장에서 마주치는 씬을 거부(?)하겠다는 뜻. 예상치 못한 답변에 모두가 폭소를 터뜨린 가운데 이중옥은 “나는 형제로 나오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까지 예상했는데…”라고 말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역시 박종환 배우는 예측불가한 사람이다.

배우 이중옥이 주연한 영화 '파로호' ⓒ네이버영화
배우 이중옥이 주연한 영화 '파로호' ⓒ네이버영화

"배우는 연기만 하는 테크니션 아냐... 박종환은 좋은 향기 나는 배우"

이내 박종환은 이중옥에게 살가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전에 읽은 이중옥 배우 인터뷰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배우가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 그리고 저는, 그러니까 배우 박종환은 좋은 향기가 나는 배우입니까?”

박종환의 질문이 끝나자 또 한 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친구든 연인이든, 서로에 대한 애정은 어느 정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사람인가 보다. 이중옥은 이렇게 말했다. “일단 좋은 향기가 나는 배우라는 건 좋은 영향력을 주는 배우를 의미한다." 

"배우는 연기만 하는 테크니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매체를 통해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대중에게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좋은 본보기를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박종환은 좋은 배우고,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다.”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박종환의 '장꾸' 본능 튀어나온 질문 "형에게 맥주란?" "평생 동반자!"

이중옥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다시금) 숙연해질 무렵, 박종환의 질문 중 ‘히든 카드’가 나왔다. “이중옥에게 맥주란?” 신선한 질문에 한바탕 폭소가 또 터져 나온다. 즉석에서 만든 질문이 아니라, 맥주를 좋아하는 박종환이 진심을 담아 사전에 준비해 온 질문이다. 이중옥은 자신 있게 “평생 함께 할 동반자!” 라고 말한다.

사실 이중옥, 박종환 모두 맥주를 좋아한다. 이 대목에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레드처럼 둘 다 앞에 놓인 맥주를 한 모금씩 들이켰다. “소주는 빨리 취해서 함께 오래 못 있지만, 맥주는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한다.”

역시 맥주와 친구는 산과 나무처럼, 극장과 팝콘처럼 서로를 완성시키는 존재가 아닐까.

[배우 vs 배우 ②] 한국영화의 '히든 카드': 이중옥과 박종환이 연기 포기하고 싶었던 적 있냐는 질문에 한 답은 진짜 프로구나 싶다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두 배우와 두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함께 하면서 참 많이 웃었다. 동시에 이들의 대화는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땅히 가지고 보여야 할 (그러나 때때로 잊고 사는) 존중과 신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배우 vs 배우 ②] 한국영화의 '히든 카드': 이중옥과 박종환이 연기 포기하고 싶었던 적 있냐는 질문에 한 답은 진짜 프로구나 싶다
이중옥 배우와 박종환 배우 ⓒ허프포스트코리아

인터뷰의 말미에 이중옥과 박종환은 여태까지 그랬듯, 서로에게 늘 한결같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두 사람들이고 배우들이다. 앞으로 이들이 오손도손 걸어갈 그 창대한 길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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