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지난달 30일 장원영이 중국 상하이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살짝 내리는 수준의 신원 확인만 거친 채 출국장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퍼지며 시작됐다.
아이브 장원영의 출국 과정에서 신원 확인 절차가 논란이 됐다. 방송업계와 관련해 이 같은 문제는 지속돼 왔다. AI로 만든 이미지.
이에 한국공항공사는 16일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신원 확인 절차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장원영의 사례가 실제 '특별대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출국장 통과 과정에서 가능한 신원 확인이란 설명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누리꾼의 큰 공감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장원영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공공장소에서 반복돼 온 연예인과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각종 특혜 논란, 무리한 통제, 시민 불편 사례가 누적되면서 대중의 피로감 역시 상당히 쌓인 상태다.
경호원들의 '과잉 경호'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인천공항 라운지를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을 향해 플래시를 비추는 모습. ⓒ엑스
공항과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호원들의 과잉 대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배우 변우석의 공항 경호 논란이 꼽힌다. 당시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은 일반 승객들에게 플래시를 비추고 항공권 확인을 요구했으며, 일부 구역의 통행을 사실상 제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은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로까지 이어졌다.
2025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하츠투하츠의 경호원이 공항에서 한 20대 여성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소속사는 "사생팬 제지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과잉 대응이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SM은 "과도한 대응이 있었던 점에 대해 항의했으며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이처럼 연예인 경호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 대응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뒤 소속사나 경호업체 차원의 해명은 이어졌지만, 연예인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경호 관행 개선을 촉구한 사례는 현재까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고질적 문제 수준의 문화재 훼손
KBS 드라마 촬영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에서 소품 설치를 위해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스타그램
문제는 연예인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 제작 현장 역시 공공재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오랜 기간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한 번 훼손되면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문화재마저 촬영 편의 앞에서 예외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 촬영 당시 발생한 문경새재 훼손 논란이다. 제작진은 전투 장면 촬영을 위해 문경새재 제1·2관문 성벽과 기둥 등에 수십 개의 못과 철사를 박아 깃발과 소품을 고정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상당수가 방치되면서 성벽과 나무문, 현판, 기둥 곳곳에 훼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새재는 국가 사적 제147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 국가 사적지를 훼손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당시 논란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일이 한 때의 흑역사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려 18년이 흐른 2025년에도 KBS 드라마 촬영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에서 소품 설치를 위해 건축물 기둥에 못을 박아 또다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촬영 허가는 했지만 문화재에 어떠한 설치물을 부착한다는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SBS 역시 과거 촬영 과정에서 덕수궁 외벽을 훼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결국 문화재 훼손 논란은 특정 제작진의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국내 방송 현장 전반에 걸쳐 반복돼 온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재까지 널리 알려진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지상파 3사 가운데 문화재 훼손 논란이 공개적으로 불거지지 않은 곳은 사실상 MBC 정도에 불과하다.
어이가 없는 공공장소 점령 및 갑질
문화재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일반 공공장소는 더 하면 더 했다.
촬영을 이유로 학생들의 등굣길을 막거나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사례는 방송가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문제다. 공항에서는 제작진이나 경호 인력이 통행을 통제하며 마찰을 빚고, 병원에서는 촬영을 위해 환자 이동이 제한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병원 본관에서 고위험 산모 통행을 제한하고 촬영이 진행됐다는 사실은 많은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예방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내 시설이나 도시철도,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처럼 관리 주체가 명확한 공간에서는 제작사가 별도의 사용 허가를 받거나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원이나 광장, 거리와 같은 야외 공공장소에서는 제작사가 지역 영상위원회와 함께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담당자의 승인만 받으면 촬영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민 통행 제한의 경우 상당수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협조 요청 수준에 그친다. 결국 현장에서는 제작진이 사실상 통제 권한을 행사하고, 이에 불편을 느낀 시민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국내 방송계와 연예계에서는 과잉 경호 논란, 문화재 훼손, 공공장소 통제, 저작권 무단 사용 등 유사한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 기관과 제작사, 소속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뿐, 악순환은 반복 중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후 수습만이 있을 뿐 예방 체계가 지나치게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장 스태프와 경호 인력을 대상으로 한 의무 교육, 공공장소 촬영 가이드라인, 시민 통행권 보호 규정 등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방송사 차원의 자율 규제 역시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