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는 쓰레기를 줍지만, 집에서는 누가 치우는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외신들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찬사를 보낸 일본 팬들의 청소 문화가 일본 사회의 가사 노동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
일본 축구 팬들이 15일 북중미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 청소하는 모습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왼쪽). 이에 일본 누리꾼은 집에서 청소하라는 내용의 이미지를 올렸다. ⓒ엑스 계정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 후 관중석에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일본 축구 팬들의 모습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정작 일본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부 일본 여성들은 SNS에 "집에서 청소하라"며 일본 남성들의 낮은 가사 노동 참여를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일본 팬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관중석에 남아 쓰레기를 수거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일본 대표팀 선수단 역시 라커룸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떠났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관련 사진을 공식 SNS에 게시하며 찬사를 보냈다.
CNN은 17일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일본 팬들은 경기 결과와 별개로 또 하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화려한 응원보다 조용한 뒷정리를 통해 자신들이 다녀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본 남성 팬 사진에는 일본 여성들의 날 선 반응도 이어졌다.
한 일본 누리꾼은 엑스(X, 옛 트위터)에 "집에서는 아내의 '도움'으로 청소도 하지 않으면서 밖에 나가서는 솔선수범하는 척한다. 겉치레에 능한 일본 남성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 여성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청소나 정리정돈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이런 때에만 갑자기 열심히 치운다"며 "속지 말라"고 꼬집었다.
일부는 일본 사회의 남녀 가사 분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일본인 남성의 축구장 쓰레기 줍기가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 남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우선 집안일 분담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일본 여성들의 비판 배경에는 여전한 성별에 따른 가사 분담 격차가 있다. 일본 총무성의 가장 최근 공식 조사인 2021년 사회생활기본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남성의 가사·육아 관련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54분, 여성은 7시간28분으로 집계됐다. 남편의 가사 노동 시간은 아내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일본 축구 팬들의 경기장 청소 문화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다만 이번에는 '공공장소에서의 모범적인 시민의식'과 '성별에 따른 가사 노동의 격차'라는 서로 다른 문제가 맞물리면서 일본 사회 내부의 따가운 시선도 함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