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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책 3권을 읽어보았다

지난 12월 방영을 시작한 tvN 금토 드라마 ‘도깨비’의 열풍이 뜨겁다.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더 고조되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과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 등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짧게 등장하는 소품들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제각기 상황에 맞는 소품들과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데, 공통적으로 한 번쯤은 그 소품이 ‘책’이었다. 그 책들의 제목은 인물들의 상황에 꽤 어울린다.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의 책들을 소개한다.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책 3권을 읽어보았다

1. 언제나 지적이고 빈틈 없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대장부의 삶’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책 3권을 읽어보았다

“유배지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 편지에서 이학규는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일을 적고 있다.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미치광이 같다고 조소하면서 평소 유학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체면치레며 위엄 따위를 과감하게 벗어 던진다. … 가까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였기 때문에 숨김 없이 진솔할 수 있었으리라.” (책 ‘대장부의 삶’, 임유경 저)

900년 이상을 살아온 도깨비 김신은 도깨비 신부인 은탁에게 ‘언제나 지적이고 빈틈 없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소품은 책. 그 외에도 앨범이나 명화 등으로도 시도하지만, 항상 가까이 두는 것은 책이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책은 ‘대장부의 삶’. 전직 무신인 김신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의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인간 김신이 살았던 시대(고려) 이후의 이야기들이다. 조선 시대의 여러 인물들이 주고받은 편지 글을 모은 책이기 때문이다. ‘편지’라는 도구는 지극히 사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일상들은 우리가 ‘대장부’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드라마 속에서 김신은 몇 개월째 같은 부분을 읽고 있다.

2. ‘써니’의 말과 행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저승사자가 선택한, ‘휘메일 리스크’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책 3권을 읽어보았다

“여성들은 주로 수평적 관계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강해서 은근한 간접적 대화를 선호한다. 원하는 것을 직접 말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방식은 여성들에게 있어 수직 관계로 풀이된다. 그래서 서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려면 미묘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원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은근하게 전하고, 상대가 그것을 때마침 떠올려 서로의 이해관계가 공교롭게 맞아떨어진다면 양쪽 모두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수직적 관계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책 ‘휘메일 리스크’, 한상복, 박현찬 저)

인간이 아닌 자에게 이름을 묻고, 안부를 묻는 써니. 써니의 말과 행동의 의도, 그녀가 원하는 정답을 알 수 없어 힘들지만, 그녀와 계속 만나고 싶은 저승사자. 하지만 서로가 몸 담고 있는 세계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까닭에 둘 사이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일이 많다. 그런 써니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 저승사자가 선택한 책 ‘휘메일 리스크’, 부제로 ‘여자를 아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남자의 특징, 여자의 특징을 너무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느낌이 있어 불편한 지점도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인지하지 못하는 남녀의 차이를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저승사자가 이 책을 통해 원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3. 첫사랑이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책 3권을 읽어보았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저)

드라마 ‘도깨비’는 매회 엔딩 장면이 화제지만, 그 중에서도 초반부 큰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4화 엔딩이 아닐까 한다. 은탁이 준 단풍잎에 대한 보답으로 함께 퀘백으로 향한 김신. 은탁은 잠시 어디에 다녀오겠다고 하며 ‘책을 늘 가까이 한다’는 도깨비에게 책을 한 권 쥐어준다. 그 책이 바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이 직접 선별한 시 101편과, 김용택 시인의 시 10편, 총 111편의 시가 실려있는 시집이다. 특이한 것은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페이지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인쇄된 페이지가 아닌 글씨를 적은 부분이 나왔다. 도깨비 김신이 도깨비 신부 은탁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는 순간을 아주 절묘하게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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