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흥국화재 대표이사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최근 흥국화재는 한국거래소의 저주가순자산비율(저PBR) 기업 발표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흥국화재는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의 대부분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묶여 배당에 쓸 수 없는 데다가 이익을 쌓으려고 신계약을 늘릴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도 함께 커지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흥국화재는 최근 '저PBR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업가치 개선에 적극적 자세를 취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저PBR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통상 기업가치 제고는 배당 등 주주환원에 방점이 찍히는데 흥국화재는 주주환원에 쓸 재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배당 재원은 이익잉여금인데 상반기 기준 흥국화재 이익잉여금의 83.7%는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묶여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하는 돈이 장부상 보험부채보다 많을 경우 그 차액을 이익잉여금 안에 쌓아 두게 한 제도다.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한 금액만큼은 배당가능이익에서 빠진다.
결국 배당 재원을 늘리려면 이익잉여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데 그 길도 순탄치 않다.
흥국화재는 수입보험료의 90.3%를 장기보험에서 거둔다. 장기보험은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쌓는 기반이 되지만 신계약이 늘수록 해지 때 돌려줄 돈도 많아져 다시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흥국화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62억 원이었지만 준비금을 반영한 조정이익은 -1395억 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보험으로 쌓아 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현재의 이익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손실이 컸다.
흥국화재의 상반기 CSM 상각액은 1305억 원이었으나 보험이익은 498억 원에 그쳤다.
흥국화재는 보험이익의 주요 원인으로 예실차 손실을 지목했다. 보험금과 사업비를 합친 예실차 손실은 752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보험금 예실차가 729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인수심사(언더라이팅) 전략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화재는 자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재무 내실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만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흥국화재는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뒤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저PBR 기업의 가치 제고에 정책의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을 공개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11월부터 저PBR 기업 공표를 시작했다.
다음 저PBR 기업 명단 공개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PBR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값으로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다는 의미다.
흥국화재의 PBR은 0.20배로 저PBR로 선정된 기업들의 평균 PBR 약 0.25배보다도 낮다.
흥국화재의 주가도 올해 초 고점을 찍은 후 크게 내려앉았다.
흥국화재 주가는 2월 7480원까지 올랐다가 11월6일 종가 기준 3020원으로 마감했다.
흥국화재의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수익성 지표, 실적, 주주환원 등으로 분석된다.
흥국화재의 수익성 지표는 1년 전보다 뚜렷하게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로 2025년 상반기보다 26.6%포인트 하락했고 총자산수익률(ROA)은 0.4%로 1.6%포인트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이 낮을수록 PBR도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이익의 두 축도 함께 흔들렸다.
흥국화재의 상반기 보험이익은 498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고 투자손익은 633억 원 흑자에서 16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주에게 돌아간 몫도 없었다.
흥국화재는 1999회계연도 결산배당을 마지막으로 20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