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양가 부모님의 첫 만남인 상견례는 결혼 준비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양가의 미묘한 입장 차이와 예상치 못한 말실수가 갈등으로 번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결혼이 한순간에 큰 암초를 만들 수도 있다.
상견례 때 꺼내면 실례인 말은 무엇일까? AI 이미지.
8일 허프포스트 취재에 종합하면 IT업계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A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광고업계 종사자 30대 여성 B씨와 내년 6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교제 과정에서 각자의 부모님을 몇 차례 만났지만, 양가 부모님이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상견례는 처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혼수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애초 두 사람은 A씨가 신혼집을 마련하고 B씨가 혼수용품을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런데 B씨의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혼수용품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집을 공동명의로 하는 게 더 공평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농담처럼 꺼냈다.
A씨는 당시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상견례가 끝난 뒤에도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A씨는 B씨 어머니의 발언이 마치 결혼 이후의 이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처럼 느껴져 서운함이 컸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여자친구에게 이런 감정을 털어놨지만, B씨는 오히려 어머니를 두둔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진지하게 B씨와의 결혼을 재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견례에서 피할 말 : 남자 "자식 자랑", 여자 "혼수 비교"
이처럼 상견례에서는 혼수나 예단처럼 민감한 주제뿐 아니라 자녀와 집안에 대한 자랑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실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남녀가 상견례에서 가장 꺼리는 대화 주제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이 2014년 미혼남녀 874명(남성 426명, 여성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들은 상견례에서 가장 피해야 할 행동으로 '자식 자랑'을 꼽았다.
남성 응답자의 54%(230명)가 이를 선택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서 '집안 자랑'이 23%(97명), '정치 및 종교 토론'이 14%(59명), '예단 및 혼수 비교'가 9%(40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들은 '예단 및 혼수 비교'를 가장 불편한 행동으로 지목했다. 전체 여성 응답자의 57%(255명)가 이를 선택했으며, '집안 자랑'(21%·94명), '자식 자랑'(18%·80명), '정치 및 종교 토론'(4%·19명)이 뒤를 이었다.
남성은 상대방 부모의 지나친 자녀 자랑을, 여성은 혼수와 예단을 둘러싼 비교와 평가를 특히 경계하는 셈이다. 양가가 서로 다른 기준과 기대를 품고 만나는 자리인 만큼, 자신의 입장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견례 준비, 챙기면 좋은 것들
그렇다면 상견례를 앞둔 예비부부가 미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이미 결혼을 경험한 기혼자들은 장소와 대화 내용, 일정 등을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이사 박수경)가 2024년 2월 20~39세 기혼남녀 총 500명(남성 250명, 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이 상견례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요소로 꼽은 것은 '장소 선정'(47.0%)이었다. '대화 내용'(22.8%)과 '상견례 일정'(22.6%)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장소로는 어른들이 선호하는 한정식집이 78.4%로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깔끔한 일식집(10.0%),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중식당(4.6%), 격조 있는 호텔(2.8%) 등이 뒤를 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하고 격식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견례 장소를 정할 때는 양가의 이동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응답자의 53.2%는 두 지역의 중간 지점을 만남 장소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어 신부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20.4%), 신랑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14.4%), 이동해야 하는 인원이 많은 쪽(7.2%) 순이었다.
상견례 시점 역시 결혼 준비 과정에서 미리 조율해야 할 사항이다. 응답자들이 꼽은 적절한 시기는 결혼식 3~6개월 전으로, 전체의 36.0%가 이를 선택했다. 6~9개월 전이라는 응답이 24.0%로 뒤를 이었으며, 결혼 일정과 관계없이 결혼을 결심했을 때(16.8%), 9~12개월 전(10.8%), 3개월 전(8.4%), 1년 전(4.0%)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