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장남이 가족의 '황제 골프'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법적 도마에 오르게 됐다.
국회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청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부터 전직 대통령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대선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까지 그 소재도 다양했다. 일부는 유죄 판결로 이어졌지만, 일부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인정받거나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결말도 엇갈렸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10월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가족의 골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장남 동호씨는 5일 주진우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앞서 주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8월 여름휴가 당시 장남 부부와 함께 진해 해군기지 내 한산대CC에서 골프를 치고, 저도 숙소까지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고소장에서 "여름휴가 기간 중 한산대CC에 간 사실이 없고, 그곳에서 골프를 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협박은 안 통한다. 맞고발로 황제 골프 의혹의 진실을 밝힐 것이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의혹 제기가 고소전으로 비화한 사례로는 이른바 '검찰청 대변 사건'이 있다.
2024년 6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019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들이 회식한 뒤 한 검사가 청사 내 화장실 세면대와 벽면 등에 대변을 발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박상용 검사를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2026년 4월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검사는 의혹을 부인하며 두 의원을 비롯한 의혹 제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올해 5월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청사에서 분변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박 검사가 당사자라는 주장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성윤, 서영교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인정해 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17년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SNS 글이 고소전으로 번졌다. 정진석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와 부부싸움을 벌인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권 여사와 아들 건호씨가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건호씨는 당시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고인을 욕보이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법원에서 '엄벌'에 처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진석 전 의원이 2024년 1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정 전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2023년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024년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단은 유지됐으며, 정 전 의원이 유족에게 직접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200만 원으로 감형됐다.
2007년 대선 때 'BBK 저격수'로 불렸던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도 있다. BBK는 김경준 씨가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실소유·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되며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봉주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이 확정돼 실제 수감됐지만, 명예훼손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의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공소기각됐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2007년 12월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를 실질적으로 소유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별도로 진행된 명예훼손 민사소송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BBK 수사 검사 8명이 정 전 의원의 '짜맞추기 수사' 의혹 제기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2013년 대법원은 정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정 전 의원의 의혹 제기에 나름의 근거가 있었으며,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자유로운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