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가 방탄소년단(BTS)의 보이콧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팝 부문 신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적어도 202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아시안 팝 부문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단체다.
방탄소년단(BTS). ⓒAP=연합뉴스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지난 몇 주간 아카데미는 아시안 음악 커뮤니티의 리더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 결과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결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음악 산업 전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 6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별도로 시상하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K-팝이 이미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본상 대신 별도의 아시안 팝 부문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아시아 음악을 지역적 범주에 가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BTS 역시 이에 반발했다. BTS는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를 계기로 그래미의 새 부문 신설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졌다.
그래미를 둘러싼 인종·지역적 범주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래미가 특정 음악을 별도의 범주로 분류하는 방식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반(Urban)'이라는 분류다. 그래미에는 팝과 R&B가 별도의 시상 분야로 존재하는 가운데, 흑인 아티스트들이 주로 만들어온 R&B와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장르 혼합 음악을 2013년부터 '어반' 또는 '어반 컨템퍼러리(Urban Contemporary)'라는 별도 범주로 묶어왔다.
그래미는 2020년 '베스트 어반 컨템퍼러리 앨범' 부문을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으로 변경했다. 명칭을 바꾸었을 뿐, 음악 산업 내 인종적 구분 문제는 그대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