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랜턴 불빛이 검은 수면을 헤집고 레이저 불빛이 그 위를 훑는다. 상어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내면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이 터진다.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나타난 상어를 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시민들이 몰리면서, 지나친 관심이 야생동물에게 괴롭힘이 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비춰 상어 '부캉이'를 보고 있다. ⓒ쓰레드/엑스 계정
부캉이를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수면 위로 지느러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거나 큰 소리로 환호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해가 진 뒤다. 어둠 속에서 부캉이가 잘 보이지 않자 랜턴으로 수면을 훑거나 레이저 불빛을 비춰 위치를 찾는 모습이 스레드와 엑스(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아쿠아리움의 상어도 밤에는 쉰다", "상어를 보러 온 건지 괴롭히러 온 건지 모르겠다", "이 모습을 보니 하루빨리 바다로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쉴 새 없이 헤엄치는 상어도 휴식이 필요하다. 2022년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이 상어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수면 상태에서는 대사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어에게도 단순한 휴식과 구별되는 수면 상태가 있다는 생리학적 증거로 평가된다.
밤마다 부캉이를 향하는 불빛도 우려를 낳는다. 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야간 인공조명에 많이 노출된 어린 너스상어의 멜라토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종에 따라 영향은 다를 수 있지만, 불필요한 빛 자극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29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12일째 수로에 머문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이날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은 부캉이를 외해로 돌려보내는 구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터지는 환호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상어는 물속의 소리와 진동을 감지하며 특히 저주파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마린 폴루션 불러틴’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포트잭슨상어가 인공적인 수중 소음에 노출됐을 때 은신처를 찾는 행동이 늘고 호흡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이, 부캉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9월29일 진행된 1차 구조작업에는 선박 5척이 투입됐다. 워터펌프로 물줄기와 포말을 만들어 부캉이가 외해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캉이는 수로 가장자리로 붙어 물줄기를 피해 움직였고, 구조팀은 약 5시간 만에 작업을 중단했다.
9월29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해경과 소방 구조정이 물줄기를 쏘며 부캉이를 먼바다로 유도하고 있다. 구조당국은 이날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 선박과 워터펌프를 투입해 부캉이를 수로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차 구조작업은 10월2일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길이 50m, 높이 6.8m 규모의 대형 그물을 동원한다. 그물로 부캉이의 뒤쪽 이동로를 차단한 뒤 천천히 외해 방향으로 이동시키면서 바다 쪽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후방에서는 선박이 워터펌프로 포말을 만들어 부캉이의 이동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부캉이의 움직임과 건강 상태를 살피면서 작업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야생동물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 반드시 구조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독일 발트해 연안에서 좌초된 혹등고래 '티미'는 여러 차례 구조 시도 끝에 4월28일(현지시각) 바지선에 올라 북해로 옮겨졌고, 5월2일 바다로 돌아갔다. 구조와 이동 과정은 독일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GPS 추적 자료에 따르면 티미는 방류 나흘여 만인 5월6~7일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반복된 구조 과정이 고래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캉이를 향한 관심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가까이에서 한 번 더 보고 사진 한 장을 더 남기는 것보다, 야생동물이 받는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